[에로비안나이트]
기사입력 1996년 09월 16일 15시 06분
낼모레가 X-마스니 추석은 코 앞, 아니 코 안에 들어 와있다.
올 추석 연휴는 길어서 지금 조상님들은 제대로 여유있는 제사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계시단다.
그러나 그 어느해 추석 연휴 때보다 해외 여행나가는 사람이 많은 모양인데 외국에 나가서 하는 구경과 휴식이 나쁠 건 없다. 단, 현지의 호텔방에 서라도 조상님께 음식과 술을 올리는 후손의 도리는 다 하자는 얘기다. 그런데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냉장고 문을 여는 것 같다는 사람들은 굴비 한세트에 쌀 4가마 값인 50만원이나 하니 제수용품을 어디 사겠느냐는 하소연을 한다. 더구나 현재 귀신이신 조상님께서 이미 살아 생전에는 광어와 도다리, 참조기와 부세 구분해내기에 귀신이어서 값이 싼 가짜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란다. 그래서 슬픈 음성으로 이런 노래만 부르고 있는 모양이다.
`영광~영광~대한민국~ 영광영광영광 또 영광~'
왜 또 영광이냐구? 아, 굴비하면 영광굴비 아니냐구!
그러나 `영광'만 외치고 있다고 하늘에서 `영광굴비'가 떨어지지 않고 `조기 축구회'가입을 해봐도 조기는 생기지 않지만 주머니에 돈대신 펭귄들만 논다해서 너무 기죽지 말고 이런 방식으로 고급굴비를 마련하시기 바란다.
천원짜리 새끼 참조기를 5만원짜리 굴비로 만드는 방법이다.
*준비물-현금 1000원, 속이 안비치는 장바구니, 철판(얼굴에 깔-) *요령-속이 안비치는 장바구니를 들고 어물전으로 간다. 혹 꼴뚜기들을 만나더라도 절대 아는 체 하지 않는다. 작전이 실패해 망신을 당하는 징크스가 있으니까.
첫째집에서 마리당 1200원 달라는 새끼조기를 눈물로 호소해 1천원에 산다. 발걸음도 경쾌하게 두번째 집으로 간다. 바구니 안의 조기 보다 세 배쯤 더 큰 조기를 살 것처럼 담는다. 다음 지갑과 주머니를 까 보이며 돈을 깜빡 잊고 왔다며 조기를 꺼내 놓는다. 이 때 작은걸 꺼내 놓으면 귀신도 모른다. 역시 콧노래 등을 부르며(꼭 기분이 좋아서가 아니라 긴장감을 가라 앉히려는 의도로)다음 집으로 간다. 같은 방법으로…`아차! 과일 가게에다 돈을 두고 왔군요!'…이런 방법으로 조기를 키워 나가기 스무집 순례를 하면 손바닥 반만하던 천원짜리 새끼조기는 팔뚝만한 5만원 짜리로 바뀐다. *그 옛날 놀부는 고깃국이 먹고 싶을 때 푸줏간 10군데를 돌며 사진않고 고기만 주물거리다가 집에 와서 손 씻은 물로 국을 끓였다고도 하잖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