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100)
기사입력 1996년 09월 16일 14시 32분
** 물장사 이야기 (36)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여자들만을 위한 술집. 여자들만을 위한 공간.
아까 전철안에서 이 남자는 영화공부를 하러왔다고 했다. 지금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영화에 대한 얘기를 물었던 것인데….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여자들만 나온다고 영화가 안되진 않습니다.
동물들만 나와도 좋은 영화가 낳은데요.".
"맞아요! 그것 때문에 놀라는 건 아니에요.".
그녀는 잠시 한 템포 쉬며, 자신이 왜 지금 멍했던가의 이유를 설명해야
되는가 생각해 보았다. 여자들만을 위한 술집 아이디어가 생각나도록
해줘서 고맙다는….
"왜 하필 그런 영화를 만들려는 생각을 하지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간단한 이유지요.
세인들의 관심을 끄는데는 성공할거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누구도 그런 영화는 하지 않으니깐, 매스컴에서도
관심을 가질 것이고 사람들도 최소한 저런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은
알테니까요.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겐 세상의 관심을 끌었다는 것만해도 성공이니까요….".
그녀는 점점 이 남자의 말에 흥미를 느꼈다. 영화장사와 물장사라는
차이일 뿐, 결국은 관심을 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뭔가 특별한 특징을
가져야 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녀는 칵테일 체인 장사에 스튜어디스
복장과 간호사 복장의 호스티스를 만들어냈고 ‘케네디’때는 전격
적으로 1백% 여대생을 호스티스로 고용했었다.
술집에 오는 손님들이 입버릇처럼 ‘맨날 이렇게 똑같은 식으로 술마시는게
지겹지도 않냐’는 말에 자극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럴 탈피 못하고 지겹게 10년 전과 똑같이 계속한다는 것이 물장사세계이다. 가장 선두를 달린다는 강남 물장사들 조차도 다른 분야들이 얼
마나 변화해 나가는가를 전혀 연구하지 않고 남의 돈을 쉽게 먹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하나 말씀드릴게 있는데요. 나는 물장사를 해요, 서울에서….".
"물장사요? 서울도 이젠 레스토랑에서 물을 파나요? 같은 것….".
이 남자 순진하긴…혹시 물장사에 도움받은 이야기를 들을까 생각하고
다시 물었다.
"술장사요.".
그제서야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서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요. 아까 여자만 나오는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서울에서 여자들만 들어올 수 있는 술집을 하면 어떻겠어요. 물론
호스트바하고는 질적으로 틀린 형태로요.".
"죄송합니다. 판단이 안섭니다. 난 별로 술을 마셔보질 못해서….".
역시 물장사하고는 관계없는 남자구나 생각하는데 그가 미안한지 한마디 덧붙여왔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한 적이 있어요.
내가 만약 돈을 벌면 저런데
하나 사서 레스토랑이랑 술장사를 하면 멋있다구요.".
그녀는 그 말에 귀가 쫑긋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