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상해탄]
기사입력 1996년 09월 16일 14시 13분
**암흑가 사나이들 우정-복수-운명적 사랑 영화의 부활. 80년대 중반 동남아시장을 석권하다시피했던 느와르영화의 퇴조이후 방향을 잃고 표류하던 영화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냈다. 오우삼의 `영웅본색'이 10년만에 서극의 `상해탄'으로 회생했다고나 할까.
`상해탄'의 기본 골격은 느와르류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갱스터무비에서 보여지는 사나이들의 우정과 의리, 배신과 복수, 여기에 끼어드는 여인과의 운명적인 사랑.
그러나 `상해탄'은 이전의 느와르영화에서 보여졌던 짙은 허무를 뒤로 감춰두고 낭만과 유머를 겉으로 드러내고 있다.
반환을 앞둔 의 어수선한 분위기가 `상해탄'의 영화속 배경인 1910년대 상해의 황량한 풍광을 통해 전해지는 것도 이때문이다.
서극의 형식미는 여기에서도 빛을 발한다. 상해의 갱스터인 정력(유덕화), 구국운동원인 허문강(장국영), 갱스터 보스의 딸인 정정(녕정)을 각각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내세워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음모에 빠져 겨우 살아남은 허문강을 구해준 정력. 정력과 허문강은 끈끈한 의리로 상해의 암흑가를 장악해간다.
정력이 사랑하는 여인은 정정. 그러나 정정은 오래전부터 허문강과 사랑을 나눠온 사이.
허문강의 복수상대는 정정의 아버지. 또 허문강을 오해하고 저격하려는 구국운동원 류소황(). 드라마는 이렇게 얽히고 설켜 있다.
하지만 서극은 드라마의 전개에 연연하지 않는다. 깔끔한 카메라의 움직임과 빠른 편집, 그리고 비장미까지 가미한 연출솜씨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영웅본색'에다 마틴 스콜세지의 `좋은 친구들'을 버무려놓은 듯한 맛이 `상해탄'에 있다.(21일 서울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