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연인들]‘이별 보험’

기사입력 1996년 09월 16일 14시 00분

## 헤어질땐 원인 제공자가 적립액 양보 `이별보험'으로 이별을 대비하는 연인들이 적지 않다. 최근들어 쌍방 합의하에 이별 보험을 들어 이별이라는 예기치 않은 재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나서는 연인들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가벼운 만남을 지양하기 위해 마련하는 이별 보험은 만에 하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헤어지게 될 경우 이별의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그동안 부어온 보험금의 전부를 상대에게 넘겨 주고 떠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일반 보험과 마찬가지로 매달 한차례씩 일정한 액수의 돈을 한 통장에 적립하는 형태로 이뤄지나 약속 시간에 늦거나 다른 이성에게 한눈을 파는등 이별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면 벌금을 부과하기로 한다. 과거 이별 경험이 많았던 사람은 보험료가 더 비싸진다는것.

@@ 한눈팔면 벌금부과…결혼골인땐 혼수장만 저축가능 사고 경력이 있는 운전자는 사고 낼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전제 하에 자동차보험료가 올라가듯 이별 경력이 있는 사람이 이별의 원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자신의 과거를 숨기는 사람도 생겨나고 있으나 발각되면 괘씸죄가 적용돼 더 많은 벌금을 내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비극적인 결말을 염두에 두고 출발한 이별 보험은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가 결혼으로 이어지게 될 경우 혼수나 집장만을 위한 목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세대 연인들의 참여폭이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

일반 대학생들은 용돈을 털어 붓는 것이니만큼 액수가 적은 편이나 고액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나중에 사회에 진출하게 되는 경우는 불입금을 대폭 늘리는 것이 이별 보험의 관례라는 것이 가입자들의 설명이다.

김선영양(21. 신방 3년)은 "이별 보험으로 말과 행동도 조심하게 되고 싸움도 적어지게 되니 이별할 확률도 그만큼 적어지게 되는 것 같다"며 "무사히 한해를 넘기면 그 돈으로 함께 배낭여행을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 주현주 명예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