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사람들] 하이텔'실연동호회'신세영군
기사입력 1996년 09월 15일 15시 18분
**"차였다구요? 그럼 오세요" "애인한테 차인 사람 다 오세요". PC통신 실연(失戀)동호회 발기인중의 하나인 신세영군(25.건대 건축공학과)은 자신있게 말한다.
실연동호회.
지난 7월 3일 동호회가 활동을 시작한지 현재 회원만 591명.
애인을 잃고 실의에 빠져 서로의 아픔을 달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모임이다.
회원 연령층은 20대초반에서 30대 중반이 대부분.
실연횟수는 대체로 2~3회가 가장 많지만 10회를 넘는 단골(?) 실연자들도 적지 않다.
실연클럽에 들어가려면 초기화면에서 go sg780을 입력하면 된다
"통신을 통해 대화를 나누다 보면 대부분 칙칙한 분위기가 흐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죠".
신군은 실제로 만나며 전혀 다른분위기를 느낄 것이라며 실연경험이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신군은 동호회원들이 실연당했다는 공통점때문에 서로간에 쉽게 동화된다면서 서로의 아픔를 달래기도 한다고 말한다.
과부 사정 홀아비가 제대로 알아준다는 이야기.
벌써 그런 아픔을 달래주는 커플도 탄생했다.
실연클럽에서 눈이 맞아 결혼을 올린 쌍이 탄생한 것.
정기모임도 있지만 잠시 게시판에 올렸다 지워버리고 이를 본사람끼리 만나는 `번개모임' 또한 회원들의 주 관심사.
소수가 만나서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더 나아가서는 `한쌍의 부부'로 탄생할 수도 있기 때문.
그러나 실연클럽이 단순히 희화되거나 실연자들의 `꼬시기'만남으로 비쳐지는 것에 대해 신군은 못마땅하다.
"살다보면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이고 성인으로 보다 성숙해질수 있는 계기를 만났을 뿐이죠".
오히려 신군은 실연예찬론을 펼친다.
그러나 아직도 3년전 사랑을 못잊고 있다고.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적은(?) 실연경력을 가졌다는 신군은 엉뚱하게 한마디 한다.
"꼭 실연당한 사람만 환영하는 건 아니죠. 실연(實戀), 즉 연인을 만나서 결실을 맺고 싶은 사람도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