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9화> 대륙의 기인들(31)
기사입력 1996년 09월 15일 14시 34분
빛.
찬란한 황금빛 광채가 눈부시게 뿜어져 나오는게 아닌가.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빛이었다.
"으아…, 보물이다…."
아귀는 소리치며 안으로 뛰어 들었다.
"멈춰랏."
의귀취선의 신형이 번개처럼 날아서 아귀의 목덜미를 잡아채는 순간에 천장과 벽면에서 솔잎처럼 가느다란 암기(暗器)가 소낙비처럼 쏟아졌다.
조귀천은 허공에서 몸을 팽이처럼 돌리며 아귀를 밖으로 집어 던졌다. 공교롭게도 그는 조소영의 품안으로 떨어졌다.
"에구… 방정맞은 녀석."
조소영이 아귀를 받아든 순간에 조귀천은 폭사되어 나오는 암기를 쌍장으로 퉁겨내고 있었다.
이소야는 미동도 하지 않고 조귀천의 놀라운 무예를 뚫어져라 주시할 따름이다.
아귀는 눈치가 보통 빠른 녀석이 아니다. 그는 이미 상황을 판단하고 중얼거렸다.
"역시 사위감을 보는 눈이 대단하시군. 하기야 하나뿐인 딸을 과부 만들지 않으려면 이런 수고쯤은 당연하지."
조소영이 아귀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쬐그만 놈이 제정신이 아니로군. 넌 우리 신랑에게 맞아죽고 싶으냐?"
아귀가 얼떨떨하여 물었다.
"벌써 시집을 갔단 말이냐?"
"그래."
아귀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아직 가슴도 여물지 않은 계집아이를 누가 색시로 삼는단 말이냐? 공연히 콧대 높이지 말아라."
"그녀는 내 아내다."
처음 등장하여 여태껏 입을 다물고 있던 이소야가 불쑥 입을 열었다. 아귀는 물론이고 조소영도 놀란 시선이 되었다.
아귀의 표정이 완전 일그러졌다.
"그게 정말이오?"
"왜 믿지 않느냐?"
아귀가 한숨을 푹 내리 쉬었다. 그러다가 눈빛을 반짝였다.
"그거야 두 사람이 너무 나이 차이가 많아서지. 아무래도 애정이 없는 혼사를 치렀겠군.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늦지않았다."
조소영이 이 악동에게 슬슬 관심이 가는 표정을 지었다.
"너에게 방법이 있느냐?"
"난 과거를 묻지 않는다. 넌 지금이라도 늙은 신랑을 차버리고 내게 오너라. 난 너에게 일흔 두 가지의 봉사를 해줄 준비가 되어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봉사를 해주는거냐?"
아귀의 입이 벌어졌다.
"그건 은밀히 말해야 한다. 귀를 좀 빌려다오."
아귀가 조소영의 귀를 당기고 있을 때 이소야는 관심이 없는 듯 그들을 외면하고 황금더미가 쌓여있는 창고안으로 성큼성큼 걸어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