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우리시대의 춤'
기사입력 1996년 09월 15일 14시 32분
**열정적 몸짓-뜨거운 호응…무대-객석 호흡일치
기성세대를 답습하지 않고 자기만의 세계를 일구는 젊은 예술가들을 만나는 것은 기분좋은 일이다.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두 그룹으로 나뉘어 열린 `우리 시대의 춤'도 무용가에 따라 정도차는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본 관객에게 `역시 보길 잘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좋은 기획이었다.
춤의 본질과 만날 수 있었던 `우리 시대의 춤'에서 단연 돋보인 무용가는 미국에서 활동중인 안은미씨. 이미 수년전부터 트레이드마크가 된 삭발한 머리에 튀는 옷차림으로 내한했던 그는, `하얀 무덤'에서 꼭 자신처럼 자유분방하고 파격적인 작품으로 관객을 빨아들였다.
빨간 페치코트를 받친 흰색 주름 스커트 속에 숨었다가 집중 조명속에 손가락 하나 손가락 둘, 팔하나 팔둘, 머리 식으로 몸을 드러낸 그는, 가슴에 흰꽃잎을 페인팅한 상반신 누드와 빨간색의 팬티 가터벨트 스타킹, 푸른입술과 빨간 눈화장의 처녀귀신으로 열연했다.
`사랑과 영혼'의 주제가 `언체인드 멜로디'의 흐름에 피에로나 배우 뺨치는 연기와 순발력 넘친 몸짓의 1인2역으로 15분을 단숨에 삼켜버린 그는, "역시 안은미!"라는 탄성속에 그날의 스타로 떠올랐다.
이날 현대무용가 홍승엽씨(댄스 시어터 온 대표)와 국립발레단 프리마 출신 한금련씨는 `아다지에토'에서 난폭하고 거친 여인과 이를 감싸는 절제되고 성숙한 남자로 출연, 수작이라는 공감을 얻어냈다.
조용한 외모와 달리 무대에서면 폭발하는 끼와 열정을 보여온 김순정씨 역시 `신화의 끝'에서 자기자신을 찾는 갈망의 한부분을 후회없이 풀어냈다.
두번째 그룹에 비해 다양성이 부족했던 첫번째 그룹에서 가장 돋보였던 이는 창무회 출신 김선미씨. 현대무용이나 발레에 비해 춤언어가 크게 드러나보이지 않은 한국무용의 어려움을 독창적인 춤언어 개발에의 치열한 노력과 끈기, 세련된 무대로 극복했다.
바뇰레 국제안무자 경연대회 대상수상자인 이윤경씨는 안무 보다는 춤 기량면에서 따를 자가 없을 듯한 춤을 보였고, 김인희씨는 곽규동 문경환과의 열연에도 불구하고, 로이 토비아스의 시대감각 떨어지는 안무로 빛이 덜한 느낌을 주었다.
무용가들뿐 아니라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워 장외 사인공세로 이어진 이번 공연에서는 현대무용이 강세였던데 반해, 한국무용의 창작언어 부족이 아쉬움으로 지적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