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혁 김기선] 넝쿨째 굴러온 복덩어리들
기사입력 1996년 09월 15일 14시 21분
**이적하자마자 전남3연승 이끌며 화려한 '제2인생' 되는 집안은 가지나무에 수박이 열리는 법. 최근 3경기 연속 승리에 6경기 연속 무패를 기록하며 단숨에 3위로 뛰어오른 전남은 말 그대로 `되는 집안'이다.
특히 지난 6월 부산 대우에서 트레이드해 온 김정혁(28.MF)과 후기리그 개막 직전 오경석을 넘기고 부천 에서 데려온 김기선(27.MF)은 바로 가지나무에 걸린 큼지막한 수박덩이다.
전 소속팀에서 1군과 2군을 오락가락하던 이들은 이적하자마자 `언제 내가 후보선수였냐'는 듯 전남의 돌풍을 선봉에서 주도하고 있는 것.
김기선은 지난 7일 전북전서 터뜨린 결승골을 포함해 이적 후 벌인 5경기서 2골을 잡아냈고 아직 골은 뽑지 못했지만 김정혁도 광양땅을 밟은 뒤 수비형 미드필더로 이동 배치, 1도움을 기록하며 전남의 허리에 든든한 벨트가 됐다.
이들의 인생유전은 기구하다.
재학시절 국내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집중조명을 받았던 김정혁은 지난 9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일화에 지명됐다.
그러나 드래프트가 끝나기 무섭게 당시 대우가 낙점했던 신태용 과 패키지로 트레이드된 김정혁은 이후 4년동안 55경기에 출전, 2골-2도움이란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겼다.
전남으로 옮기기 직전 선수생활을 거의 포기하다시피했던 그는 허정무 감독과의 만남을 통해 제2의 축구인생을 펼치게 된 것이다.
김정혁과 같은 해 에 입단한 김기선도 데뷔 첫해 B형 간염으로 그라운드를 잠시 등지는 고통을 겪었지만 이듬해 복귀,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한때 명성을 떨쳤다.
지난해 미드필드진의 조직력을 강조하는 니폼니시 감독이 취임한 뒤 김기동 윤정춘 조셉 등에 밀려 그는 반쪽짜리 선수로 전락했고 이를 안타깝게 여긴 니포 감독의 권유로 전남에서 새살림을 차리게 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