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벌레먹은 장미' 인기
기사입력 1996년 09월 15일 14시 17분
**젊은 연인들 순수한 무공해 사랑을 나눈다 **농약 걱정없어 꽃잎에 구멍 많은것 선호 "벌레먹은 장미가 아름답다(?)." 무슨 삼류소설이나 영화에서 나올 법한 말일지 모르지만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선 `실제상황'이다.
벌레먹은 흔적이 있는 장미가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정은진양(22.S대3년)은 "요즘 미팅에 나가 커플이 정해지면 으레 벌레먹은 장미를 선물받게 된다"면서 "꽃잎을 벌레가 파먹어 구멍이 송송 뚫린 흑장미를 받으면 향기도 산뜻하지만 무엇보다 순수한 무공해 사랑을 확인하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꽃봉오리가 깨끗하고 탐스러운 장미보다 꽃잎이 여기저기 뚫려 구멍이 많을수록 오히려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게 정양의 얘기.
이에 따라 일부 꽃가게에서는 벌레먹은 장미만을 모아 한송이에 2천~3천원씩 `정상적'인 장미보다 2~3배 비싼 가격에 팔고 있을 정도.
서울 신촌에서 L화원을 운영하고 있는 양모씨(35)는 "요즘들어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벌레먹은 장미를 찾는 젊은 연인들이 많다"면서 "개중에는 아예 벌레가 들어있는 장미를 구하려고 혈안이 된 친구들도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벌레먹은 장미가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것은 무공해라는 인식때문.
맹독성 농약을 살포해 재배한 장미는 흠집 하나 없이 깔끔하지만 성형수술을 한 얼굴같이 자연미가 떨어진다는 것.
여기에다 아무리 농약이 씻겨져 나간다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수 있는 반면 농약의 잔재가 있을 수 없는 벌레먹는 장미는 상대방의 단점까지도 감싸주는 따뜻함이 배어 있다는 주장이다.
임철주군(21.D대2년)은 "벌레먹은 장미는 꾸밈없이 순수한 사랑을 의미한다"면서 "꽃잎을 벌레가 파먹었다고 무시하는 여자라면 이 가을날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튤립이나 국화, 백합 등 여타 꽃들도 장미와 같이 무공해 바람을 타기는 마찬가지.
특히 벌레가 파먹은 꽃잎 모양이 하트꼴일 경우에는 네잎크로바 이상가는 행운의 `화신'(花信)으로 간주되고 있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