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수] 다승왕 욕심
기사입력 1996년 09월 15일 13시 50분
**어쭈구리! "불씨가 살아있었네" "뭔가 되네." (36)는 14일 잠실 롯데전서 기자실 근처를 기웃거리며 구경 나온 사람처럼 경기를 봤다.
"다승왕은 물건너 갔고요. 오늘 마지막으로 딱 1이닝만 던져 5년만에 규정이닝이나 채우기로 했어요."
는 이런저런 농담을 곁들여 수다를 떨다 7회쯤 되자 슬그머니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예정대로 8~9회에 1이닝을 던지기 위해서였다.
그리곤 8회초 등판해 공 16개를 던져 실점없이 막고 내려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가 마운드를 내려오자마자 타선에서 안타가 폭죽처럼 터졌다.
8회말 무려 14명의 타자가 9안타 9점을 뿜으며 4-4인 스코어를 순식간에 13-4로 벌려 놓은 것.
승리가 그의 몫으로 고스란히 돌아온 건 당연했다.
15승을 거두며 다승왕을 엿보던 그는 남은경기를 스스로 포기했었다.
한화 이 17승, 보다 4경기나 더 남은 롯데 이 16승을 거뒀을 때였다.
그런데 이날 기막힌 운이 따라 16승째를 챙기자 사정은 달라졌다.
코치들은 경기 뒤 회의를 갖고 남은 3경기에 그를 대기하도록 했다.
과거처럼 비난이 빗발치는 `만들어주기 승'은 하지 말아야 하지만 굳이 굴러온 복까지 차버릴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남은 3경기엔 선발투수가 결정돼 있어 동점상황이나 근소하게 뒤진 경기에 등판시켜 기회를 잡도록 했다.
"뭔가 일이 되려는 징조가 아니고 뭐겠어요."
최소한 공동 다승왕을 노리는 는 거의 다 풀어놨던 스파이크 끈을 다시 바짝 동여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