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축구 메카] 효창운동장‘중병’ ♣
기사입력 1996년 09월 14일 14시 29분
## 카펫 같은 인조잔디 한계 상황
## 부상 - 화상 위험에 분진 호흡장애도 심각
한국 아마축구의 `메카' 효창운동장이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효창운동장이 더이상 축구장으로서 구실을 하지못해 경기를 할수없는 상황에
이른것이다.
급기야 선수들이 마스크를 쓰고 경기장을 누비는 해외토픽같은 전대미문의
사건이 13일 효창운동장에서 벌어질뻔 했다.
96 가을철 실업축구연맹전에 참가한 `효창운동장에서의 경기를 거부한다'는
뜻에서 이같은 착상을 했던 것이다.
시멘트 바닥위에 담요를 깔아놓은 것과 다름없는 지경이 돼버린 효창운동장에
더이상 선수들을 내몰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었다.
잇따른 선수들의 부상, 그리고 이젠 `카펫'이 돼버린 인조잔디에서 분진이 날려
호흡장애를 일으킬 정도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달 가을철 대학연맹전서는 김승일이 공중볼을 따내려고 뛰어 올랐다가
잘못 떨어져 어깨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고 대수술을 받기도 했다.
실업연맹 관계자들은 "효창운동장은 이제 더이상 경기장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효창운동장은 지난 82년 처음으로 국산 인조잔디를 깐 뒤 91년 독일산으로
재단장해 지금까지 사용해오고 있다.
보통 하루 4경기. 대회가 있는 3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가운데 2개월여의 공백기를
뺀 6개월만 계산해도 줄잡아 연간 7백여 게임을 소화해야 한다.
효창운동장의 한 관계자는 "인조잔디를 관리하려면 정기적으로 물과 모래를 뿌려
주어야 하지만 모래를 사용한 적은 단 한번도 없고 가끔 선수들의 화상(火傷)을
우려, 물을 뿌리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효창운동장을 애용(?)할수 밖에 없는 이유는
순전히 경기장 여건이 넉넉지 못하다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이다.
관리를 맡고있는 측은 현재 깔린 인조잔디의 수명은
오는 97년까지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 이후의 계획은 전무한 실정이다.
슬라이딩을 잘못해도 화상을 당하기 일쑤고 잘못넘어지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혔던 효창운동장이 이젠 인조잔디의 분진으로 인한 기관지 질환마저 일으키고
있지만 어느누구도 `무대책'이다.
이것이 2002년 월드컵을 유치해 놓은 한국축구의 현주소다.
13일 효창운동장을 찾은 박종환 국가대표팀 감독은 "효창운동장이 한국선수들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라며 "이제라도 서둘러 대책을 마련
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