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욕 안할수 없는 망나니
기사입력 1996년 09월 14일 14시 01분
나는 가련다 이니스프리…아니 광주로 가련다.
가을이 팍팍 무르익는 시월 초순께에 필자를 만나려거든 광주로 오시라.
음식맛 좋고 예술을 알고 욕 잘하는 사람들이 많은 광주에 갈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음식과 예술은 맞는데 무슨 `욕'이냐고 버럭 화를 내시고 곧 욕을 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서 얼른 설명을 하겠는데, 10월 초순에 광주서 향토문화단체주최 `전국 4색 욕잔치'가 열리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의 고유정서와 문화 철학 예술이 담긴 얼마나 멋지고 훌륭한(?)욕이 화려하게 선을 보이겠는가!
더구나 시대가 사람을 알아 봤는지 몰라도 `에로비안 나이트'작자가 그 행사에 초대를 받아 날짜를 꼽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첨엔 좋은 기분이 아녔다. 내가 욕이나 잘하는 저질로 보였단 말인가…라는 생각에)
사실 욕이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유용하게 쓰는 도구다.
원래 원하지 않은 `성사고'를 겪는 걸 `욕 봤다'라고 하는데 경상도 지방에서는 아직도 이 말을 쓰는데 뜻은 사뭇 공대어다.
"할매예, 욕 보셨심더. 그 연세에 아직도 구멍에 넣는 일을 잘 하시네예. 억수로 욕 보셨심더!"
"어데! 내가 아직도 눈이 좋아 바늘 구멍에 실 꿰는 건 문제가 아닌기라."
이런 때가 아니더라도 욕을 적절히 쓰면 가까운 사람에 대한 친근감과 나아가서는 애정표시도 된다.
결국 욕이어서 일일이 예를 들지 못하겠지만…부부싸움 때나 제값주고 산물건 되무르러 갔을 때, 달리는 자동차에 부딪힐뻔 한 사람과 대화 때는 이쪽 저쪽 모두 입에 담기 뭐한 학교에서 안 배운 말이 많이 나온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런 거친 말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경우에도 욕이 나오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목욕'말고는 욕을 모르시는 점잖은 판사님이 계셨다.
그런데 치사한 성범죄 피의자를 보더니 입에서 마구 험한 말씀이 나온다. "야이! 후레! 이 따위 누구발싸개같은 짓거리를 애비에미가 시키더냐 엉?!"
서기 걱정이 되어 만류 "판사님! 기록에 남습니다.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선 피고의 인격도 생각해 주셔야 합니다. 법정이라도 피고에게 존대말을 하셔야…."
그러자 판사 "당신같으면 개망나니 아들한테 존대말 쓰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