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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검무정] <제19화> 대륙의 기인들 (29) ♣

기사입력 1996년 09월 13일 14시 33분

손을 내밀고 나서는 건 모용추다.

황보백령이 코방귀를 날리며 그녀를 외면했다. 무안을 당한 모용추가 싸늘한
외침을 토하려는 순간에 남궁도가 가로 막았다.

"아무래도 소생이 지니고 있는게 공평할거 같소."

남궁도는 황보백령의 손에서 봉황시를 건네 받았다. 모용추의 표정이 사납게
일그러졌지만 더 이상의 행동을 보이지는 않았다.

단지 그녀는 사원과 일심부주에게 불평을 토해냈다.

"우린 그들에 비해서 매우 불리해요."

사원은 마치 그녀와 전혀 무관한 사람마냥 딴청을 피웠다.

"이곳에 이소야가 나타날거 같지는 않아."

아귀도 장단을 맞추었다.

"그는 본래 이런 보물에는 관심이 없죠. 미련이 없어요."

모용추는 몹시 화가 났으나 내색하지 않는다.

"난 황보백령의 뒤를 따라 들어갈테니까 사형은 다른 문을 선택 하도록
하세요."

일심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네."

모용추의 시선이 사원하게 향했다.

"사대협은 나와 함께 행동해요."

대답은 아귀가 했다.

"그렇다면 나도 동행해야겠군, 하지만 난 백색문으로 갈테야. 내 눈이 정확
하다면 거기 내가 찾는 사람이 있어"

백색문으로 들어간 일행이라면 의귀취선 부녀와 이소야를 말함이 아닌가. 설마
아귀가 인피면구를 착용한 이소야를 알아봤다는 것일까?

사원의 눈에서 섬광이 스쳐갔다.

"동방산장의 이소야가 있었더냐?"

아귀의 대꾸는 간단했다.

"거기 내 또래의 계집아이가 있잖소.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자세히
보니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그 움푹 파인 보조개가 사람을 환장시키오. 그렇지
않아도 실연(失戀)의 상심이 깊은 이마당이니 그 계집아이나 후려볼까하오."

그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백색문으로 뛰어 들어갔다.

철타파가 혀를 내둘렀다.

"세상이 참으로 무섭게 변했나 보구나. 산중에 은둔하여 세월을 보내더니
머리꼭대기에 피도 안마른 어린 놈이 해괴한 소리를 지껄이고 있군."

남궁도와 아비라, 황보백령은 쓴 웃음을 지었다. 문득 아비라왕녀가 말문을
열었다.

"난 황보소저를 따르지 않겠소. 본래 나는 혼자 행동 하기를 매우 좋아하오. 저
친구와 함께라면 이번 여행은 흥미 있을거요."

아비라가 가리킨 인물은 마차를 몰던 마부였다. 물론 죽립을 깊이 눌러쓰고 있는
그의 정체는 금강실혼인 강문호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말도 들어보지 않고 강문호와 함께 붉은 칠을 한
홍색문으로 사라져갔다.

이제 남아있는 문은 청문(靑門)과 황문(黃門)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