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심-사디크] 고국 이라크 美와 전면전 위기 ♣
기사입력 1996년 09월 13일 14시 15분
## 걱정의 나날@@ 전화로 가족안부 확인‘시름’ "제발 아무 일도 없어야 할 텐데…." 안양 의 용병 자심(23·MF)과 사디크(23·DF)가 시름에 잠겨있다.
12일 밤 과의 경기(2대3패)를 마친뒤 경기도 구리의 숙소로 돌아간 이들은 아파트문을 열기가 무섭게 전화통으로 달려갔다.
고국에 있는 가족들이 `하루'를 무사히 보냈는지 걱정됐기 때문.
미국이 지난 3일 를 공격한 이후 양국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자심과 사디크는 요즘 `축구'를 떠나 온통 `가족' 생각뿐이다.
더욱이 둘 모두 형제자매들이 전역에 퍼져 살고있어 미국의 폭격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가슴을 졸이고 있다.
자심은 3남6녀중 둘째 아들이고 사디크는 5남3녀중 장남.
장남으로서 집안의 기둥노릇을 해온 사디크가 더 좌불안석이다.
"전화를 걸면 부모님이 집안걱정은 말고 축구에만 전념하라고 말씀하시지만 머릿속엔 온통 가족에 대한 걱정뿐입니다."
팀내에서 자신들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는 것도 이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 사업자금과 주택구입 자금, 그리고 결혼비용을 마련한뒤 돌아가겠다는 `코리안 드림'속에 올초 에 입단했으나 언제 중도귀국 조치당할지 모를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전기리그때만 해도 자심은 부동의 게임메이커로서, 그리고 사디크는 수비의 핵심으로 팀의 근간을 이뤘다.
그러나 후기리그 들어 사디크는 아직 한번도 출전기회를 얻지못했고, 자심도 베스트 11에서 밀려나 교체멤버로 가끔씩 투입되고 있으나 공격포인트가 전무한 상황이다.
한국의 식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직접 이슬람식 음식을 만들어 먹는 자취생활을 해온 것이 슬럼프의 발단.
우유와 빵 한조각으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태반이고 귀찮을 때는 거르기 일쑤여서 결국 체력이 바닥난 것이다.
이래저래 걱정뿐인 자심과 사디크에게 한국에서의 9월은 `잔인한 달'로 기억될 것 같다.
< 송진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