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기사입력 1996년 09월 12일 15시 19분
`고추'때문에 `고추 아가씨 선발대회'를 두고도 킥킥댄 적이 있는데 이젠 별별대회가 다 열릴거란다.
오래 살지도 않았는데 보게 될 참으로 희한한 것은 내달 초에 광주에서 열리는 `전국 욕 경연대회'다.
지방의 향토문화단체가 주최 하는 이 대회엔 전국의 내로라는 욕쟁이들이 다 모여 영-호남 기호, 강원의 `4색 욕잔치'가 될 거란다.
지방 사투리에 담은 온갖 걸쭉하고 수준(?)높은 `욕설'들이 난무할텐데, 일부러 하는 욕잔치는 듣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기분이 나쁘지 않을 자리가 될 것 같다.
사실 아무리 많이 먹어도 맛은 커녕 배도 안 부르고 기분만 언짢아 지는 것이 욕인데 이번 `광주욕대회'서 등장할 레퍼토리는 욕의 그런 단점을 개선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또한 `욕'으로 지방화합을 한다는데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한다.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이 같은 말을 써도 그 뜻이 엄청 다른 욕이 있기 때문이다.
경:(반갑)야! 이 문딩이 좀 보그래이!
전:(불쾌)아니 요 싸가지 없는 것이 나보고 문댕이라고 혀!
(*경상도에서는 문~가 애칭이지만 소록도가 있는 전라도에서는 문~가 바로 `나병환자'거든)
그러나 전라도 사람이 욕에 무조건 발끈하는 건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전라도에서도 손님이 바글바글대는 한 식당의 인기비결이 사실 아무에게나 흉한 언사를 마구 늘어 놓으시는 `욕쟁이 할매'가 계신 탓이다.
사람들은 일부러 그 할머니들의 욕(?)을 들으러 가는데 할머니가 손님에게 하는 서빙대사는 이렇다.
일반 식당:허천나게 드씨요잉.
욕쟁이할매:주댕이가 확 찢어지도록 쳐 묵어뿌러!
왜 할머니들은 욕을 하셔도 욕같지 않을까? 이 이야기도 생각난다.
손주:할머니, 나한테 있는 게 뭐예요?
할머니:고추지.
손주:형아 건?
할머니:잠지.
손주:아빠 건?
할머니:X!
손자:할아버지 건?
할머니:X도 아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