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이창호 9단 ●안관욱 4단 ♣
기사입력 1996년 09월 10일 16시 41분
제2보 (6~12)=안관욱 4단이 펼친 흑의 중국표류포진은 두 가지로 분류된다. '가'의 곳으로 한발 높게 가면 '높은 중국류', 실전과 같은 포진이면 '낮은 중국류', 일-중교류전 초기에 중국기사들이 일제히 이 포진을 들고나와 '중국류'라는 명칭이 붙게 됐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안관울 4단은 성인 아마추어로 활약하다가 입단한 프로기사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중견. 올해도 기복 없는 성적을 올려 저단진 다승부문 상위에 랭크돼 있다. 평소 말 수도 적고 과묵한 성품인 데다 대국매너도 깨끗해 주변으로부터 '이창호와 흡사한 분위기를 가졌다'는 평을 듣는다. 오늘 바로 그 이창호를 상대로 어떤 내용의 바둑을 보여줄지. 1인자를 도전무대가 아닌 본선에서 만나게 되는 것은 천원전 같은 선수권전에서나 누릴 수 있는 행운이다. 강자를 피해 한 계단이라도 더 오르고 싶다는 나약한 생각이었다면 불운이 될 수도 있겠지만 `1인자와 부딪쳐 안목을 넓히겠다'는 투지와 의욕을 가진 진짜프로라면 어찌 오늘의 만남이 반갑지 않겠는가. 한국 바둑이 세계최강을 구가하는 것도 다 이런 진짜 프로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9단은 얼마전 `96 세계바둑 최강전'에서 중국의 마샤오춘 9단을 상대로 이포진을 펼쳤었다. 마9단은 백 6으로 의 하변 백1에 전개했는데 흑 8다음 백 A. 이른바 `함판의 바둑'이다. 흑 8도 A에 두는 쪽이 좋았다는 평이 있다. 실전 흑 9는 발빠른 취향. 상대가 1인자라는 중압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백 12는 당연한 걸침. 이런곳을 놓칠 프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