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주간 사랑방
기사입력 1996년 09월 10일 15시 12분
◇… 조석으로 찬바람이 불면서 프로축구판에도 조금씩 변화가 생기고 있습니다.
후기리그들어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던 전남 전북 안양 가 달력이 9월로
넘어가자 마자 나란히 첫승을 신고하며 비상의 채비를 차린 것이지요.
그러나 부산 대우는 아직도 무승의 늪에 빠져 있어 홈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습니다.
그럼 각 구단의 동정부터 좀 살펴볼까요.
◇… 이 올시즌 우승에 대한 집념이 대단하다죠.
◇… 그렇습니다.
올해가 우승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판단하고 여러분야에 걸쳐 총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윤태홍 지원과장은 미국에 유학중인 자녀들을 통해 선수들에게 공급할
영양제를 공수하는가 하면 그것도 모자라 아예 장어굽는 기계를 인천 합숙소에
구입해 놓았답니다.
그래서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은 장어 전문요리사를 숙소로 초청, 선수들의
영양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이 이처럼 부산하게 움직이는 것은 후기리그 우승 후 챔피언결정전만
이기면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컵대회와 정규리그서 모두 우승하는 금자탑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 요즘 의 분위기 같아서는 천하통일도 가능할 것 같군요. 그런데 현대
감독이 화가 잔뜩 나 있다는데 무슨 얘깁니까.
◇… 지난 5일 에 지면서 3연패를 하자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선수들에게
무기한 합숙훈련 명령을 내린 겁니다.
2연패 당할 때까지는 그럭저럭 견뎠던 고감독도 만만하게 보았던 에 조차
1대3으로 무너지자 참을 수가 없었던 모양입니다.
경기 후 고감독은 30분 정도 아무말도 하지 않아 선수들을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고감독이 말을 안할 때면 항상 무슨 조치가 뒤따랐거든요.
◇… 선수들의 반응과 합숙훈련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 선수들도 팀 분위기가 너무 늘어져 언젠가는 족쇄가 채워질 것이라 생각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동요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합숙훈련은 마치 교도소를 방불케 할 정도로 삼엄합니다.
외출금지는 물론 외부와 연락도 못하게 각 방마다 전화코드를 뽑아버렸고,
휴대폰과 무선호출기까지 압수해 버렸습니다.
예전과 달리 선수단 미팅도 한번 시작되면 1시간 넘게 진행되는 등 현대의
합숙소에는 아직도 찬바람이 감돌고 있습니다.
그 덕분인지 지난 8일 대우전에선 2대0으로 이겼지만 아직 감독의
표정에 별 변화가 없어 합숙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 요즘 구단에선 `토종'들이 힘을 쓰고 있다면서요.
◇… 네, 한국선수들이 그동안 팀의 근간을 이루던 용병들을 밀어내고 팀을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전기리그 때만 해도 용병들이 득세했으나 후기리그 들어서 상황이 뒤집힌
겁니다.
용병들의 활약이 점차 시들해져 이제는 우크라이나 용병 스카첸코만이 겨우
체면을 유지하고 있고 나머지 4명의 용병은 2선으로 물러나 있는 상태입니다.
용병 자심과 사디크는 후기리그 초반 체력저하로 엔트리에서 아웃됐고,
스카첸코와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날아온 GK 사브첸코도 지난 1일 전북전(1대1)
때부터 임종국에게 주전자리를 내주고 벤치로 밀려났습니다.
급기야 지난 5일 울산에서 벌어진 현대와의 경기(3대1승)때는 11명의 스타팅
멤버가 모두 `토종'들로만 짜여지는 등 용병들이 완전히 제압당한 느낌입니다.
◇… 여하튼 는 1승이라도 올려 부진의 사슬을 끊었으니 참으로 다행스런
일입니다. 아직 1승도 올리지 못하고 있는 대우는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 맞습니다. 요즘 대우구단 직원들은 "어디 좋은 무당이라도 없느냐"며
한숨짓고 있습니다.
그래도 8월까지는 `무승 동지'들이 3팀이나 있었는데 이제 9개 구단중 유일하게
무승팀으로 남자 다들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쯤되자 구단측은 "시즌 도중이지만 굿이라도 한판 벌였으면 좋겠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더군요.
◇… 비록 1승은 건졌지만 전북 차경복 감독의 심정도 대우 관계자들과 별반
다를 게 없습니다.
초반부터 강팀들을 만나 성적이 저조한 것은 차치하고라고 김대식 등
주전들이 잇단 부상으로 물러앉는 통에 엔트리 짜기도 급급한 것이지요.
더구나 골운까지 따라주지 않자 "정말이지 고사라도 한번 지내야 할 것 같다"며
어두운 표정을 짓더라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