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94)
기사입력 1996년 09월 10일 14시 19분
///// 물장사 이야기(30) ////. 로 날아가는 동안 그녀는 무수한 생각을 했다. 자신이 살아온 날들과 당차게 뛰어든 물장사. 정주고 헤어진 두명의 남자. 추억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당시의 일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리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물장사성적표라는 게 있다면 우등생이 확실하다. 대학을 나와 2년 사이에 내 자본 하나없이 5억원을 손에 쥐었다. 복권이 두번 당첨돼야 벌 수 있는 돈이다. 말할 필요도 없이 아이디어의대성공이다. 그러나 아쉬움이 있다면 남자들이 헤어질 때 나누어 준 돈이라는 점.
물론 그녀의 노력으로 그것 이상 벌었기 때문에 받은 정당한 돈이긴 하지만 어딘지 슬펐다. 결혼하기로 하고 사귀다 헤어진 남자, 애초부터 결혼할 수 없는 걸 알면서도 사랑했던 남자. 그녀의 2년간 사랑성적표는 낙제인 것이다. 그러나 만족하기도 했다. 내 인생은 이제부터야. 우리나라 최고의물장사신하를 남길거야. 대학에서 교수는 브래지어에 커닝페이퍼를 숨겨대는 그녀에게 비꼬듯 넌 물장사나 하라고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고마운 은사가 없다. 날 제대로 본거야. 그녀는 정말 물장사는 직업이 체질에 맞았다. 우선 재미 있다. 그리고 그녀 인생에 엄청 유익했다. 거기에 더해 회사에 취직했으면 평생 모아도 못 벌 돈을 벌어줬다. 유익했다란 말은 남들이 들으면 웃을지 모르지만 그건 그녀의 솔직한 의견이다. 다음번 물장사의 중요 고객으로서정리해 놓은 손님들 명단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쟁쟁한 양반들일 수도 있다. 술집 `케네디'는 그 이름 때문인지 독특한 시스템 때문인지 장년의 사업가, 대기업의 엘리트 간부들, 정부각처의 사람들, 예술-문화계의 명사,잘나가는 연예인들이 숱하게 단골로 찾아왔었다. 스물다섯의 그녀가 사장으로서 그 모든 사람을 받았다. 주인과 손님관계로 그들과 마주 앉아 술을 마시며 웃고 얘기하고 놀았던 것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걸 배웠다. 인간에 대해서, 남자에 대해서.
그러나 `케네디'를 판 것은 섭섭하다. 동업자인 남자도 똑같은 생각으로 아쉬워했다. 그러나 그녀는 강력하게 우겼다. 물이 한번 가면 복구가 힘든 게 물장사. "`케네디'는 이제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암살당해요.
지금 좋은값을 받고 파는 것이 최고예요". 마치 이별의 선물인 것처럼 동업자는 `케네디'를 무상으로 넘기려 했지만 그녀는 거절했다. 과분한 선물이라서가 아니라 실속면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는 그녀 말대로 가게로 처분한 뒤 정말 과분한 액수의 돈을 건넸다.그녀가 머릿속에서 생각하고 있던 액수보다 너무 많은 돈을 나누어 준 것이다. "싫어요. 난 이돈 다 못 받았요.
선생님은 마치 나랑 헤어지게된 `페널티'로 이만큼은 주시는 모양인데 전 제가 생각하고 있던 만큼만받겠어요". 그것이 5억원이다.
그녀는 이제 그 돈을 자본으로 세상이 깜짝놀랄물장사를 하기 위하여 로 날아가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