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이 쓰는 나고야통신]
기사입력 1996년 09월 06일 15시 55분
## 머리 복잡할땐 만화로 해소 심심하거나 머리가 복잡할 때는 무엇이 좋을까. 취향과 경험에 따라 갖가지 처방이 나올 것이다.
TV나 비디오를 보든지, 술한잔 마시고 푹 잠을 자든지, 또 가까운 사람들을 불러 대화를 나누거나 같이 놀이라도 하면서 잡념을 없앤다든지 하는 것일 게다.
그런데 일본에 사는 나는 말을 못 알아듣고, 주량도 보통 수준은 넘어 잠이 올 정도로 취하지 않는데다가 사람들을 자주 만날 만큼 자유시간이 많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이럴때 남은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책인데 내가 일본어 책을 읽을 수는 없는 일이고, 가까운 데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 딱 한가지 있다.
글을 쓸 때 독자를 궁금하게 하는게 솜씨라고 해서 긴 서두를 꺼냈는데 요점인즉, 만화다.
만화는 글을 못 읽어도 한눈에 봐도 알수 있는 만국공통어 그림이 있다.
게다가 일본은 만화의 천국이다.
수십 수백가지의 만화잡지가 주간, 월간 단위로 쏟아져 나오고, 단행본 만화도 얼마나 많은지 시내 중심가에 만화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큰 서점이 있다.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아톰'을 창조한 만화가는 국민적 영웅 대접을 받았다고 들었다.
나도 만화를 자주 보는데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은 편의점이나 역 공항 등의 판매소다.
신칸센을 타면 만화를 보는 사람이 많은데 주니치 팀동료들 중에서도 장거리 원정때는 만화 잡지를 몇권씩 사서 보는 선수가 있다.
그런데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은 한국에서는 질겁을 할 성인용 만화가 버젓이 판매대에 나와 있다는 것이다.
워낙 일상생활화 돼있어 다른 사람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공공장소에서도 보기 때문에 어린이들이 보게 되면 어떡하나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또 한가지 느낀 점은 어렸을 때 좋아했던 만화나 TV의 만화영화가 일본의 스토리나 그림을 그대로 베낀 게 많다는 것이다.
한국은 만화를 좋지 않게 봐 음성적인 것으로 만든 것이 문제지만 일본은 너무 적나라해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단점이 있다.
어떤 것이 좋은 만화냐 하는 것은 사회와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만화는 휴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다.
< 5일 오전 의 원정숙소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