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김대성감독] '백혈병 아들 생각 힘냈지요' ♣
기사입력 1996년 09월 06일 14시 53분
## 창단10년만에 대학연맹전 우승 김대성 감독(45)이 생애 최고의 날을 맞았다. 와 의 96 가을철 대학축구연맹전 결승전이 벌어진 지난 5일 동대문 운동장.
2-2로 팽팽하던 연장 1분, `돌부처'로 이름난 김감독이 벤치를 박차고 일어나 선수들과 한덩어리가 됐다.
이날 만큼은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기 힘든 모양이었다.
지난 86년 팀창단이래 꼭 10년만의 우승.
전국체전(94년)과 대학선수권대회(95년)에서 정상에 오른 일은 있어도 대학 최고권위의 연맹전을 거머쥘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
참가팀만도 38개. 우승후보로 꼽히는 강호중에는 어느 누구도 `홍대 돌풍'을 잘라 말하지는 못했다.
게다가 주전 절반이 부상에 시달리는 악조건이었다.
김 감독은 "모든 영광을 선수들에 돌리고 싶다"며 목소리를 낮춘다.
지난 90년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에게 지난 6년은 그야말로 인고이 세월이었다.
부산상고 자동차보험등을 거치며 화려하지는 않지만 `뚝심'하나로 버텨온 그였기에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늘 곁에 드리워진 `무명'의 늪을 생각하면 축구화를 벗어던질 생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지난 94년부터 골수염 백혈병을 앓고 있는 아들 필곤(15)이를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오히려 선수들에게 늘 조심스러웠습니다."
김감독은 "혹시나 내 자신의 힘겨운 삶이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될까봐 두려웠다"고 말한다.
선수들이 김감독을 `순둥이'로 기억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신의 심정을 읽어내며 묵묵히 따라준 선수들이 여느때보다 고맙게 느껴지는 그지만 한시도 필곤이의 얼굴을 떨칠 수는 없었다.
"4대3으로 이긴 와의 준결승이 가장 힘들었지만 필곤이의 얼굴을 보고 힘을 냈습니다."
"정기검진을 마친뒤 경기장을 찾은 필곤이의 활기찬 모습이 가장 큰 힘이됐다"고 말하는 김감독은 "앞으로 며칠 동안은 마음편히 필곤이 곁에 있을 수 있게됐다"며 오랜만에 웃었다.
< 양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