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창민]영화'불새'냉혈 재벌2세 연기승부 ♣
기사입력 1996년 09월 06일 14시 35분
**스크린에 피는 악의 꽃 "젠틀맨이라니요? 이번에는 철저하게 악의 화신으로 둔갑합니다. 세상에 저렇게 나쁜 놈이 있나 싶을 정도죠." 반듯한 어깨에서 여유가 묻어나는 남자, 신념과 믿음으로 가득찬 남자. `스크린의 젠틀맨' 또는 `영원한 미소년' 등으로 불리는 이 4년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와 야심을 불태운다.
`불새'(김영빈감독선익필름제작)가 의 야심작. 부정한 방법으로 이윤을 취득하며 적자생존의 법칙을 일찌감치 터득한 재벌2세,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에만 집착하는 민섭이란 인물이 의 역할이다.
사업에는 완벽하리만치 열심이지만 사랑에는 지독한 에고이스트. 그리고 자신에게 반대하는 자에겐 가차없는 복수와 응징을 가하는 테러리스트. 피와 눈물도 없는 냉정한 사나이가 민섭이다.
이제껏 에게 드리워졌던 이미지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캐릭터다.
"배우에겐 변신이 필수라고 생각해요. `연기하는 매순간마다 극중 인물로서의 삶을 사는 게 배우'라는 스타니슬라브스키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은 민섭이라는 인물을 의 원작소설에서보다 훨씬 부정적인 모습으로 표출하려고 한다. 자신이 생각해도 무자비하고, 누가 봐도 치를 떨만한 인물로 비춰지도록 노력하는 게 의 연기목표다.
그러나 `불새'에서 이 차지하는 비중은 비단 이러한 연기에만 있질 않다.
1천5백명의 신인배우 공모에서 선발된 샛별배우 김지연을 비롯해 당대 최고의 인기스타 와 가 `불새'의 연기진용. 은 바로 이들 연기에 입문하는 신인과 인기절정의 스타들을 하나로 규합, 하모니를 이뤄내라는 특명을 받고 있다. 이들 배우의 리더로, 또 한편으로는 김 감독 등 제작스태프 전체의 팀웍을 다지는 플레이메이커로서의 임무가 에게 주어진 또다른 과제다.
"정재는 혈기왕성하지만 연수는 말수가 적구요, 또 지연이는 아직 낯설어해요. 그런가하면 우리를 돌봐주는 용수형(하용수)은 매사에 안달이거든요. 다 `불새' 잘 만들어보자는 거지만 이들을 모두 하나로 묶어야지요." 어느덧 은 멋진 주인공으로 비춰지고 싶어하는 스타의식을 졸업한 듯싶다. 25년의 연기경력 탓일까. 아니면 사랑하는 아내와 두딸 등 행복한 가정때문일까.
`불새'에게 밀랍날개를 달아주는 오만의 태양, . 그가 펼쳐낼 열연의 장(場)엔 벌써부터 팬들의 뜨거운 시선이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