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기사입력 1996년 09월 05일 15시 52분
의 현지인 집에 초대 돼 갔을 때다.
저녁이 끝나고 술까지 한잔 걸치게 되자 주인이 여흥을 돋우자고 한다.
필자는 순발력있게 포크를 집어 들고 젓가락 아니 포크 장단에 맞춰 `눈물 젖은 두만강'에 이어 당시 이런 자리에 대비해 칼을 갈았던 의 `홀로 된다는 것'까지 하려고 아아, 목구멍 테스트를 하는데 주인의 말인 즉 한국의 전통시 `시조'를 읊어 보라는 것이 아닌가. 그런 자리에서 우린 무조건 노래지만 그들은 조용히 시낭송을 즐긴다는 것이다.
우린 이 점을 알아야 한다. 문화 선진국일수록 시와 시인이 많다는 야그인데-.
쉬운 시 강습에서 이제 한 단계 높이자.
우리도 많은 시를 가지고 있는데, 시를 통해 아름다운 우리말에 광약을 발라 더욱 주옥같이 빛내고 있다.
우리나라 시인들은 우리 글이 아닌 중국의 한자를 가지고도 자유자재로 시를 빚고 있는데 도사가 한두사람일까마는 `김병연'의 시는 절묘하다 못해 글자신(文神)이 조화를 부리는 듯 하다.
김병연은 일정한 직업도 없이 떠돌았던 방랑시인 `김삿갓'의 본명인데 요즘 태어 났으면 나이트클럽의 수석 웨이터(이 이름이 유난히 많다)나 개그맨으로라도 대성을 했을 것이 틀림없다. (아님 소주 회사의 모델) 시인 김삿갓이 손님 대접에 소홀한 훈장을 두고 한수 던진 이 시는 지금 읽어 봐도 무릎이 처진다.
書堂乃早知 生徒諸未十 房中皆尊物 先生來不謁-인데 우리말 발음은 하지 말고 뜻만 살펴 보시라.
(서당은 내가 이미 알고 있는데/ 학생 수 10명도 채 안되는 구나/ 방안 녀석들 모두 잘난 척만 하고/ 훈장은 끝내 나타나지 않는 구나)
이 얼마나 품위(?)넘치는 욕설인가! 서당내X지….
김삿갓님의 후예가 태어 나신 것일까.
한 교수님이 계셨는데 한눈 파는 학생들을 야단치실 때 한시를 읊조리곤 했다.
교수님의 말씀인즉 `혼자서 알려고만 하면 늦게 알게 되고, 남을 통해 함께 어울려 배우면 일찍 깨우칠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원어로는 이렇다.
自知면 晩知고 補知면 早知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