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근] 목타던 첫승 슛 '이제부터 시작'♣
기사입력 1996년 09월 05일 13시 59분
**일화전 V골…새 골잡이 우뚝
광양=류성옥 기자 전남 김도근(24.FW)은 진정한 프로선수다.
노랗게 물들인 머리, 건들거리는 걸음걸이. 늘 불만스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신세대 티를 내보지만 그는 이상하게도 허정무 감독 앞에서는 작아져버린다.
허감독이 부임하기 전에는 유니폼 칼라까지 바짝 세워가며 한껏 멋을 부렸고 경기가 없어 쉬는 날이면 늘 광양 순천거리를 헤매며 청춘을 과시하기도 했다.
허감독이 부임하기 전만해도 그는 그저그런 선수였다.
올림픽대표를 했을 정도로 풍부한 자질을 갖췄지만 누구 하나 그의 기량을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지난해 무릎부상으로 초반엔 경기에 출전할 기회도 없었던 김도근은 전남내에서도 맨투맨 마크맨, 사이드 어태커, 수비형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등 각종 포지션을 정처없이 헤매며 자리를 잡지 못했다.
그러나 `물건'은 역시 인물이 알아본다고 했던가.
허감독은 단번의 그의 재질을 알아봤다.
늘 정처없이 왔다갔다하며 방황하던 그를 공격형 미드필더에 말뚝박았고 덕분에 그는 눈부시게 변해버렸다.
이젠 6골로 전남의 간판 골잡이 에 이어 팀내 득점 2인자가 될만큼 성장했다.
평상시 그의 프로 철학처럼 지난 4일 천안 일화전에서 팬들에게 모든 것을 보여줬다.
전반 2분에 결승골을 잡았고 후반 5분엔 그림같은 오버헤드킥으로 확실한 팬서비스를 했던 것.
요즘 그의 고민은 병역 문제다. 내년엔 입대하기로 예정돼 있지만 팀이 어려울 때 떠나게돼 그저 미안스럽기만 하다.
그런 미안함을 덜기 위해선지 요즘 그의 눈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독기가 철철 흘러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