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30-30'주연 박재홍과 스탭들
기사입력 1996년 09월 04일 16시 36분
○… 현대 박재홍(23)의 30-30은 다른 선수들의 `자장가'였다?
박재홍은 30-30에 대한 압박감으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이면 앰프를 크게
틀어놓으며 스트레스를 달랬었다.
그 바람에 옆방을 쓰던 애꿎은 동료들이 불면증에 시달렸던 것.
물론 지난 3일 이후 벽을 쿵쿵 울리던 소음은 사라졌다.
이처럼 30-30은 프로 15년사에 한 획을 그어놓았을 뿐 아니라 자신과 주위에도
적잖은 `흔적'을 남겼다.
우선 박재홍은 끊임없는 전화통화에 시달려야 했다.
들뜬 마음에 혹 잠을 못 이룰까 걱정했지만 그럴 필요는 없었다.
새벽 2시까지 주위사람들의 축하전화를 받느라 녹초가 돼 쓰러졌다.
하지만 팬들의 대단한 사랑을 실감할 수 있었다.
28호 이후 15경기 동안 홈런이 터지지 않자 엄청난 팬레터가 쏟아졌다.
인천에 사는 한 `아저씨' 팬은 장문의 편지와 함께 30-30 기사를 빠짐없이 스크랩
해 보내주는 열성으로 그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그리고 가물치를 고아주며 자신을 북돋워준 아버지 박윤영씨(60)의 `부정(父情)'까
지-.
반면 30-30으로 인해 걱정에 빠진 사람들도 생겨났다.
지난 7월 20-20이 나오자 엑센트 승용차를 선물했던 현대는 "이번에는 무얼 해줘야
하나"라며 행복한 고민에 휩싸여 있다.
어쨌거나 박재홍의 30-30은 수많은 에피소드를 남긴 `사건 중의 사건'임에는 틀림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