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천원전] ○조훈현 9단 ●최명훈 5단 ♣
기사입력 1996년 09월 04일 16시 03분
제7보 (96~114)=백 96부터 불혹을 넘긴 명가수 의 화려한 열창이 시작된다. 아니 화려하다기보다 치열하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지도 모르는 빅쇼. 갓 스물을 넘긴 청년이라지만 최명훈은 명인전 도전무대에서 1인자 이창호와 자웅을 겨루고 있는 당당한 강자. 요즘의 기세라면 차기 대권후보로 꼽아주어도 손색이 없다. 그런 상대를 향해 거침 없이 쏟아지는 의 손속을 보라.
백 96 이하 114까지 현란한 스텝을 지켜본 검토실의 기사들은 `마치, 접바둑을 보는 것 같다'며 감탄한다.
백 98 때 흑 99는 기세. 의 흑 1로 내려서도 백 2로 젖혀 뒷맛이 고약하다. 백 4 다음 A의 단점이 있다. 또 의 흑 1로 젖히면 백 2로 맞끊는 수가 있다. 이 그림은 백 6, 8을 활용당하고 기세상 흑 9, 11로 밀어 젖혀도 백 A가 남아 언짢다.
흑 107. 검토실은 백 `가'의 패를 예상했는데 조 9단은 그냥 싹싹하게 백 108에 잇는다. 패로 버티지 않으면 귀의 백이 사는 수는 없다. 그렇다면?
백 114로 끊는 순간 조 9단의 의도가 희미하게 드러난다. 귀를 버리고 흑을 크게 싸바르는 대담한 사석작전. 중앙구도가 확실하지 않은 이런 형태에서 사석작전을 구사할 수 있는 박력의 소유자는 그리 흔치 않다.
`이 약해졌다'는 건 이창호에게나 해당하는 말. `80, 82, 86년 전관제패 3회'라는 대기록을 수립한 강자의 기백은 조금도 위축되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