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삼류가수가 부르는 '밑바닥 인생' ♣
기사입력 1996년 09월 04일 15시 14분
**몬트리올영화제 작품-여우주연상 수상작 TV외화 시리즈 `전투'의 손더스 중사로 기억되는 빅 모로우의 딸, 제니퍼 제이슨 리. 영화 `조지아'(Georgia)는 제니퍼 제이슨 리를 위해 만들어진 듯한 영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독무대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의 열정을 키워왔으나 `신이 내린 목소리'로 명성과 인기를 누리는 언니 조지아와는 달리 싸구려 술집을 전전하며 알코올과 마약에 찌들어 소리로 노래하는 삼류가수 새디가 제니퍼 제이슨 리의 캐릭터다.
지난해 몬트리올영화제에서의 작품상및 여우주연상 수상도 전적으로 제이슨 리의 공. `조지아'에서 제니스 리의 비중은 그만큼 절대적이다.
영화의 첫장면. 새디는 수많은 청중속에 묻혀 컨트리포크 가수이자 언니인 조지아(메어 위닝햄)의 콘서트를 바라본다. 감회서린 표정은 부러움과 존경의 눈빛으로 바뀌고, 이내 안타까움과 자학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뒤범벅된다. 노래가 끝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새디.
그러나 새디는 알코올과 마약의 힘을 빌려 귀신처럼 짙은 화장으로 싸구려 술집무대에서 언니의 흉내를 낼 뿐이다. 어린 시절의 꿈과는 달리 현실은 새디에게 패배와 좌절만을 안겨준다.
언니 조지아를 바라보는 새디의 시선은 부러움과 시샘, 숭배와 저주가 엇갈린다. 자신을 사랑하는 순진한 사내와 결혼하지만 조지아를 향한 새디의 갈등은 변함이 없다.
조지아의 배려로 조지아의 대형콘서트 무대에 서는 새디. 이 무대에서 새디는 언니에 대한 열등감을 폭발시킨다. 광기에 사로잡힌 감정, 정상적인 리듬보다는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로 밴 모리슨의 `테이크 미 백'(Take Me Back)을 10분 가까이 노래한다.
그러나 관객들의 외면으로 무대는 썰렁해지고, 이때문에 조지아와 다투게 된다. 울루 그로스바드 감독은 관객의 기대를 무너뜨리고 언니와 동생의 갈등을 화해로 이끄는 휴먼드라마에의 귀착을 거부한다.
새디는 더욱더 마약에 빠져들어 폐인이 되어 싸구려 술집무대조차 설 수 없게 된 후, 언니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그리고 엔딩. 새디는 짙은 화장으로 술집에서, 조지아는 대형무대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하드 타임즈'(Hard Times)를 부르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직접 노래를 부르는 제이슨 리의 열연은 이 라스트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예쁘게 보이고 싶은 여배우의 공통된 욕망을 저버리고 알코올과 마약중독자로 실패한 인간의 이미지를 표출해낸 제이슨 리의 승리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갈등하고 좌절해본 사람들을 위해 바치는 영화'라는 카피가 가슴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