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조덕현씨 개인전
기사입력 1996년 09월 03일 16시 53분
## 설치작업으로 재현한 '삶의 계보'@@ 11∼25일 국제화랑 개화기무렵의 낡은 사진들을 재현해 한국의 근대사, 여성사를 형상화해온 작가 조덕현씨(39.교수)가 11일부터 25일까지 국제화랑(735-8449)에서 3년만의 개인전을 갖는다. `삶의 계보학:아버지에 대하여'를 부제로 한 이 전시는, 작가의 개인사를 중심으로 보편적인 한국 근대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2층 전시실 40평 넓이에 10톤의 흙을 쏟아붓고 그속에 자신의 출생지( 횡성)에 3개월간 묻었다가 파낸 1백여개의 나무 상자들을 묻고 파헤쳐 마치 고고학적 유물발굴현장을 재현한 듯한 작업. 상자속에는 조씨가 그린 각기 다른 신생아의 얼굴이 붙어있다. "재작년 아들을 낳은 감동이 이번 전시의 직접적 계기가 됐다"는 작가는 "30년전 잃은 아버지를 꼭 닳았다는 아들을 보면서 생명의 순환, 출생과 소멸의 문제를 짚어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2층 전시장 한켠에는 아버지의 산소 앞에 5개월간 묻었다가 꺼낸 거의 풍화 소창을 설치한 경비초소가 `아버지의 초상'이라는 제목으로 선보이고, 또다른 한켠에는 어둡게 명멸하는 조명등 아래 아들의 얼굴 그림이 빈 캔버스와 나란히 대화하듯 설치돼있다. 또 1층 전시장에는 1백여년전의 졸업식, 결혼식 장면 등 한국근대사의 이미지를 담은 기념사진 소재 작품 4점이 선보이고, 그외 기하학적 형태의 작업 등도 준비된다. 한국미술계의 기대주로 꼽히는 조씨는 기본적인 소묘를 통해 회화의 정통성을 추구하는 동시에 사진 이미지의 차용, 다양한 오브제 합성, 특정 장르 이탈 등 현대미술의 요소를 조화시켜 `너와 나의 역사'를 진지하게 탐구한다. 선정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한 작가는 올초 아시아작가로는 처음으로 필라델피아 ICA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가졌으며, 올12월중 뉴욕 앙드레 에머릭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