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조훈현 9단 ●최명훈 5단 ♣
기사입력 1996년 09월 03일 16시 44분
## 본선 토너먼트 제9국 제6보 (81~96)=흑 81은 어떨까. 실리상 가장 큰곳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당장 급하게 달려갈 자리는 아니다. 방향선택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현재 국면의 포인트는 좌중앙이다. 흑으로서는 좌상쪽 본대와 교묘하게 연결해 보급로를 확보한 좌반부 백의 동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검토실의 중론은 흑 1.이곳이 좌중앙 백의 도발을 견제하고 좌하일대를 키우는 대세점이다. 우상귀 백 2로 미끄러지는 수가 크기는 하지만 흑이 다칠 염려는 없다. 손을 빼도 차후 흑 A로 치받아 사는 수가 있다. 실전은 흑 81로 우상귀를 굳혀 4귀생의 형태가 됐지만 모두가 3선 이하의 저 위로 가라앉아 불만스럽다.
백 84는 이곳을 선수로 마무리짓기 위한 맥점. 기력향상을 원하는 중급자라면 필히 배워둬야 할 타법이다.
백 88부터 의 성명절기(聲名絶技) 속력행마가 펼쳐진다. 속력행마의 특징은 `스피드'만이 아니다. 그 날랜 움직임 속에는 상대의 오금을 저리게 하는 송곳 같은 점혈법(點穴法)이 비장돼 있는 것이다.
백 88, 90, 92는 우하귀 흑의 요혈에 해당한다. 꼼짝 없이 흑 93, 95로 옹색한 `후수삶'을 꾀할 때 백 96. 바람을 가르고 과녁에 들이박히는 은빛화살 같다. 백 88부터 96까지 이어진 화려한 율동을 보니 문득, 아이를 가진 주부의 몸으로 신세대취향의 경쾌한 댄스곡을 발표해 젊은 층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인순이'가 떠오른다. 어느 분야든 젊게 산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