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쓰는 ML메시지]
기사입력 1996년 09월 03일 16시 06분
**마이너리그선수 '희망의 달' 9월 9월은 마이너리그 선수들에게는 꿈의 달이다. 정규시즌 정원이 25명이지만 9월달이 되면 40명까지 늘릴수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꿈을 키우는 선수들에게는 바로 9월이 잠시나마 꿈을 이루는 달이된다. 마이너리그에서 속속 올라오는 선수들을 보면서 나는 지난 2년간의 9월달을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2년전 더블A 에서 뛸 때와 작년 트리플A 알바커키에서 뛸 때도 나는 `9월의 희망'이 마지막 보루였다.
정규 시즌 내내 혹시 로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시즌 막판 사라지고 나면 남은 꿈이 바로 9월달 진입이다.
2년전에는 파업으로 시즌이 중단돼 진입이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작년 9월의 그 날아갈 듯한 기분을 나는 잊을수 없다.
그리고 9월달의 는 마이너리그 유망주에게는 큰 기회이기도 하다.
물론 에 합류한다고해서 당장 주전이 되거나 정기적으로 경기에 나설 기회는 웬만해서는 주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타자들에게나 투수들에게나 `반짝 활약'을 할 기회는 주어진다.
수비가 좋고 발이 빠른 타자들은 대주자나 늦은 이닝 수비 교체 멤버로 뛸 기회가 주어지고, 방망이가 좋은 타자들은 대타로 나설 기회도 있다.
투수들도 중간 구원으로 잠시 경기에 나설 기회가 주어지기도 한다.
우스운 것은 팀이 이미 페넌트 레이스에서 탈락한 경우 신인들에게는 더욱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데 어차피 탈락했으니 유망주들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주자는 의미다.
지난 시즌 우리 팀은 막판까지 콜로라도 로키스와 조우승 다툼을 벌여 나에게는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의 기회가 주어졌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원정 경기였는데 나에게는 커다란 전환점이었다.
3이닝만 던지기로 지시를 받고 마운드에 올랐는데 유난히 공이 잘 들어가고 직구의 스피드도 거의 시속 160㎞에 육박했다.
5타자 연속 삼진을 잡으며 기세를 올린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타자들의 매서움도 함께 배웠다.
2번 타자 조디 리드라는 선수는 몸집이 작고 장타가 거의 없는 타자인데 나는 자신감에서 가운데 직구를 꽂았다가 유일한 안타인 홈런을 맞았다.
역시 타자들은 잠시의 방심도 허용치 않는 매서운 실력을 지녔다.
그러나 5명의 타자들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면서 나는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큰 자신감을 얻었다.
올해는 입장이 바뀌어서 장래 나의 라이벌이 될지도 모를 선수들이 속속 팀에 합류하고 있다.
앞으로는 선발로 가는 싸움, 자리를 지키기 위한 싸움, 훌룡한 투수가 되기 위한 싸움, 많은 싸움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완전히 선발 투수로 자리를 굳힐 때까지 더욱 나 자신을 가다듬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