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돈 야구보기] '경기의 질'을 높이자
기사입력 1996년 09월 02일 14시 30분
총 1조4천억원을 들여 91만평을 공원화하겠다는 이른바 서울의 공원녹지 확충 5개년 계획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이 실현되든 안되든 간에 아스팔트와 콘크리트의 삭막함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공원 녹지가 오아시스와 같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맞은 이후부터 집중 거론된 `삶의 질' 향상과 녹지공간 마련이 연관되는 것도 거부감을 갖지 않게 하는 큰 이유중의 하나다. 환경 뿐만이 아니라 각종 편의시설, 교통문제도 좋아져야 하며 공동생활의 질서도 잘 지켜져야 `삶의 질'이 선진국 수준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보다 좋은 생활을 위해 `삶의 질'이 거론되듯 도 팬들을 위해 `경기의 질' `관람의 질'을 따질 시기가 왔다. 그동안 계는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고 또 명승부 연출에 기본이 되는 경기력 향상을 위한 작업을 등한시해왔다. 를 시작한 15년전이나 지금이나 경기력은 비슷한 수준이다.
그동안 팬들이 경기장을 찾은 것은 경기력이 아닌 `게임이라는 틀'속의 흥미에 빠졌기 때문이다.
우선 경기력을 보자.
올시즌 홈런을 15개이상 때린 선수는 8명밖에 되지 않는다.
작년 11명에 비하면 아직 팀당 15게임 안팎 정도 남았으니 평년작 수준이다.
또 수비는 어떤가.
걸핏하면 실책을 연발해 마치 고교야구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고 주루 플레이는 한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엉망이다. 외야수의 송구능력은 어떻게 그런 선수가 프로일까라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다.
물론 OB의 나 의 심재학과 같이 좋은 어깨를 가진 선수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수준 미달이다.
투수들은 어떤가.
걸핏하면 부상이고 마운드의 고립무원은 어디 한두번인가.
그렇다고 에서는 미래를 위해 초 중 고 대학 등 아마야구에 투자도 하지 않는다.
과거 실업야구를 하던 시절처럼 그냥 그렇게 길러지는 선수들을 가지고 프로라는 포장을 해 관중들에게 내놓고 있다. 의 젖줄인 아마야구에 투자한다는 것이 쓰던 야구공이나 주고 지원금 몇푼 내놓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 프로구단들이 에 외국인선수 수입을 반대하고 있다.
물론 외국선수 수입에 대해 심정적으로는 동조하지만 국내선수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구단의 적자 규모가 너무나 커진다. 팀 조화에 문제가 많다 등 갖가지 이유를 내세워 될수 있으면 안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들인 것 같다. 프로축구의 예를 들어보자.
요즘 프로축구에는 40명의 외국인선수들이 뛰고 있다.
이들에게 투자된 비용은 모두 1,270만달러(한화 102억원)나 된다.
프로축구는 흑과 백, 황이 어우러진 `글로벌 그라운드'로 볼거리가 많아졌고 외국선수들의 뛰어난 기량에 위기감을 느낀 국내선수들의 분발로 골도 많이 터져나와 재미도 있어졌다. 야구위원회에서 내놓은 외국선수 수입안으로는 1구단에서 3명씩의 외국인선수를 보유할수 있고 계약금없이 연봉도 10만달러가 넘지 않도록 되어있다. 그렇다면 8개구단에서 3명씩 240만달러만 투자하면 장도 더많은 볼거리를 제공할수 있게 된다.
아직도 삭막한 콘크리트 숲속만을 생각하고 있는 의 녹지 사업은 언제나 이루어질지 궁금하기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