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아내가 선물하는‘정조삐삐’는다
기사입력 1996년 09월 01일 16시 11분
## “남편 사랑도 수시로 점검하기 나름이에요”@@ 음성사서함-문자 메시지등 사사건건 체크 남편에게 `정조 삐삐'를 선물하는 아내가 늘고 있다. 정조를 지켜달라는 뜻에서 남편에게 삐삐를 선물해 음성 사서함과 문자 서비스까지 가입토록 한뒤 수시로 삐삐를 쳐 일거수 일투족을 파악하거나 음성및 문자 메시지를 남겨 한눈팔지 못하도록 하는 아내들이 적지 않은 것. 심지어 비밀번호를 이용해 다른 사람이 남긴 음성이나 문자 메시지를 몰래 훔쳐보기도 한다.
주부 강영희씨(28. 신월동)은 "정조 삐삐 덕에 남편의 하루 일과를 몰래 카메라로 들여다보는 것 같이 훤히 꿰뚫고 산다"며 "필요하면 남편에게 온 음성서비스를 일일이 도청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아내들이 사랑의 메신저라고 자처하는 정조 삐삐는 이와 같이 남편 입장에서는 고문 도구와 다름없다.
불시에 삐삐 검문을 실시해 액정 화면에 수상한 전화번호가 찍혀 있거나 호출 즉시 연락이 오지 않을 경우 가차없이 바가지 공세를 퍼붓고 밥을 굶기는등 후환이 뒤따르기 마련이기 때문.
회사원 김성한씨(29. 성북구 석관동)는 "아침 저녁 삐삐를 걸어대 회사 업무에 지장이 있을 정도"라며 "회의중에 `82'를 서너번씩 쳐 몰래 빠져나와 전화하면 `사랑한다'는둥 뜬금없는 말을 하기가 일쑤"라며 난색을 표명했다. 변명이 통하지 않는만큼 건전지가 다 될때를 대비해 평소에 예비 건전지를 꼭꼭 챙기고 다니며 지하로 들어갈때는 일찌감치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두는 것은 기본이라고.
소모적인 부부 싸움을 방지하기 위해 의심받을만한 전화번호는 아예 퇴근때마다 지우고 들어가는 남편도 적지 않다.
이에 따라 일부 공처가들은 정조삐삐를 여성상위시대를 단적으로 입증하는 신종 `은장도'고 부르기도 한다.
시청대리점의 강난순씨(서울 중구 태평로 2가)는 "신혼 부부에 있어 사랑의 가교 역할을 하던 삐삐가 구혼 부부로 갈수록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며 "30대 중후반의 주부들이 남편들이 싫다는데도 억지로 사가는 경우가 간혹 있다"고 말했다. < 정경희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