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전망] '춘향전'등 패러디 … 권력속성 풍자
기사입력 1996년 08월 31일 15시 14분
극단 전망은 3일부터 16일까지 대학로 문예회관소극장에서 `여시아문'(장윤환 작, 심재찬 연출)을 공연한다. `여시아문'은 `난 이렇게 들었다'라는 법어) 올 서울연극제 공식참가작으로, 고전 `춘향전'과 독일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나의 슬픈 얼굴'(기쁜 표정을 지으라는 포고령을 위반해서 체포된 사나이의 이 야기를 담은 콩트)을 패러디하여 정치적인 문제들을 과감히 수용한 작품. 열린무대 구조와 음악, 춤사위를 효과적으로 사용, 고전 `춘향전'을 시민의 일상 생활까지 왜곡해 들어오는 권력의 실상과 그 틈새에서 이들을 보는 세력을 파헤치 는 연극으로 탈바꿈시킨 게 특징. 권력의 속성이 지니고 있는 희극성을 우화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풍물, 힘있는 춤 등을 도입, 매우 열기 넘치고 흥을 돋우는 마당극 형식을 띠고 있다. 무대는 전라도 남원땅. 변학도와 춘향 방자와 어사 등 `춘향전'의 인물들이 그대로 극중에 나온다. 그러나 남원부사 변학도는 자신의 생일이 낀 팔월 한달 동안 경축 기간으로 선포한다. 이 기간에는 부모가 상을 당해도 곡소리가 담장밖을 나와서는 안되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길거리에 나오면 모두 `웃는 표정'을 지으라는 기상천외한 포고령을 내 리는 것. 포고령을 위반하는 자는 가차없이 체포되고 포고령 위반자를 고발하지 않는 사람 도 불고지죄로 처벌을 가한다. 갑자기 공포분위기가 남원 땅을 뒤덮고 포고령을 위반한 백성들이 줄줄이 잡혀온다. 이후 극은 변학도의 권력 남용과 춘향의 사랑 그리고 암행어사의 출두 등으로 이어지면서 권력의 주변부에서 이익을 챙기려는 기회주의자들의 모습이 투영된다. 결국 이 무대는 `춘향전'과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나의 슬픈 얼굴'을 합성하여 유신정권 시절의 `긴급조치사건'을 무대화하고 있는 셈이다. 권력의 충동적 발동이 그것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의 일상을 어떻게 왜곡하는가를 보여준다. 변사또에 유영환, 춘향에 강수정, 어사에 조용태를 비롯, 조주현 강선숙 심영민 이진숙 권윤희 김종칠 이달형 한은정 승의열 조영선 등 출연. 오후 4시, 7시30분. 760-48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