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과천시대 10년'
기사입력 1996년 08월 30일 14시 12분
**자료실 재정비 시급하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예산 증액, 학예연구직 중심의 운영 및 전문성 확보, 인원 보충 등에 못잖게 지적되는 것이 자료실의 재정비. 한때 정보자료센터로의 독립도 논의 됐던 자료실은, 국립현대미술관이 과천 이전 10주년 기념으로 전시중인 `대상수상작가전' 출품작가가 동명이인으로 출품작이 뒤바뀌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중요성이 재인식되고 있다.
국내 유일의 국립 현대미술관은 자료실을 통해 한국근현대미술 작가 및 작품에 관한 분류 및 정리를 해야하고, 이를 미술학도 및 연구자들이 유용하게 이용해 한국현대미술 발전에 토대를 제공해야하는 곳.
그러나 학예사들의 길지 않은 경륜과 업무 폭주를 보완해줘야할 자료실의 작가카드와 각종 자료들이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고 있어, 현재 진행중인 한국현대미술사의 기록 및 정리가 방치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준다. 자료실은 미술관의 외형적 성장에 비교할때 나아진 것이 없다. 오히려 10년전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전시량과 작가수에도 불구, 담당자수는 2명으로 고정된 상태여서 신문스크랩만도 벅찬 숫자다.
국립의 한 관계자는 "과다한 업무속에 1주일에 1번 시내 화랑가를 돌며 전시회를 점검하고 자료를 모으기는 너무 힘들다"고 말하고 "그러다보니 점점 미술동네에서 멀어지고 감각도 뒤떨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다.
지난해까지만해도 국립의 자료담당 김달진씨가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화랑을 순례, 전시회 팸플릿을 꼼꼼히 챙겨 한국미술사를 정리해왔으나, 그가 10여년간 몸담았던 국립을 떠나면서 그런 담당자의 모습은 볼수 없게 돼버렸다.
전 국립의 어느 직원은 "80년대말 자료실을 현대미술분야의 정보자료센터로 만들자는 논의가 심도있게 나왔지만 공무원 조직의 한계에 부딪혀 유야무야됐다"고 말하고 " 퐁피두센터 자료실만큼은 힘들더라도 한국 근현대미술에 관한 자료는 한눈에 볼수 있는 자료실이 된다면 한국미술발전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소장작품 보존을 책임지는 보존 담당수도 과부족이기는 자료실과 마찬가지. 관람객의 작품훼손을 점검하는 일을 제외하더라도 소장작품 3천5백여점에 늘어나는 작품 관리를 위해 전문직의 영입은 시급하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순환 발령을 받는 행정직의 입장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한직인데 반해, 순환과 승진이 어려운 전문직 및 기능직들은 업무 과다로 일이 효율적으로 분배되지 않고 있으며, 표구나 사진 담당의 경우 별정직 7급임에도 10년째 기능직 10급에 머물러 있는 등 일부 직원은 업무보다 하위직급에 배속, 관장 권한 내의 효율적인 인사관리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