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여고] 추계 농구 4강기염‘초미니팀’ ♣
기사입력 1996년 08월 30일 13시 45분
## 6명이 똘똘‘오동도 소녀군단’ 제26회 추계 전국남녀중-고농구연맹전 여고부 준결승전이 벌어진 29일 오후 장충체육관. 여수여고와 여고는 불꽃을 튀기고 있었다.
접전답게 전반은 26-26 동점이었지만 후반들어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맹렬하던 여수가 발목에 덩이를 단 것처럼 굼떠진 것.
핏대를 세우며 독려하던 유행규 감독(37)도 꼬리를 내리고 깊숙이 앉아버렸다.
전세가 단숨에 여고 페이스로 돌아섰음은 물론이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관중들은 이 수수께끼의 해답을 6분께 여수의 주전센터 (2년1m87)이 5파울로 물러날때에야 알 수 있었다.
여수의 벤치에는 교체멤버가 한명밖에 없었던 것.
더 이상의 5파울은 수적으로 뒤지는 경기를 의미했다.
선수 6명의 초미니팀 여수여고는 그렇게 주저앉고는 라커룸으로 돌아가 남몰래 눈물을 훔쳐냈다.
그러나 92년 불모지에서 창단돼 2년연속 4강에 진출한 여수여고의 사정을 아는 농구인들은 유감독의 어깨를 치며 축하를 보냈다.
중학교때에야 농구공을 만져본 6명의 `초짜'들이 4강까지 오른 것은 `지옥훈련' 덕분.
`기술이 안되면 믿을건 체력'이라는 유감독의 지시에 따라 지난 겨울 여수지역 육상선수단과 함께 하루 6시간을 달리는 훈련을 했다.
요즘에도 여수 오동도가 보이는 자산공원까지의 로드워크 2번은 필수 일과다.
유감독도 서울체고 를 거치며 가드로 활약했던 농구 선수 출신.
예선서 선수가 3배나 되는 염광정공을 연장전까지 가서 62대60으로 꺾은 것도 바로 강철 체력이 열쇠였다.
주장 정미라(3년)는 "처음엔 지쳐 넘어지고 때로는 구토까지 했지만 우리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고 힘을 냈다"고 말한다.
유행규감독이 답답한 것은 이런 체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올코트프레싱을 막상 필요할때 구사하기가 어렵다는 점.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5파울' 때문이었다.
유감독은 선수들을 먼저 숙소로 돌려보내고 변석환코치와 함께 광희시장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답답하고 씁쓸한 마음을 달래는데는 쓴 소주 한잔이 제격이었던 것이다.
< 송철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