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매일 다른 남자 만나요'
기사입력 1996년 08월 29일 15시 46분
옷가게를 하는 사람들도 처음엔 놀랐다고 한다.
`아,우리나라에 아이를 숨겨 놓고 기르는 젊은 아가씨같은 미혼모가 이렇게 많았구나!'
이런 탄식을 했다는 것인데 설명이 필요할 듯 싶다.
20대 초반의 쭉쭉빵빵 아가씨들이 와서는 성인용 대신에 유아용(심지어는 4,5세용)티셔츠를 사가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 옷이 윗몸에 꼭 끼고 가슴 바로 아래서 멈추고 마는 소위 `배꼽티'가 되기 때문이었다.
순진하기가 대한민국서 최고인 필자는 그 티는 누구나 함부로 못 입는다고 하길래 다른티보다 백곱이나 비싼 `백곱티'인줄만 알았다가 지식에 금간 `옥에 티'가 아니 `배꼽의 티'가 될뻔했…에이, 다시 헷갈리는구나!
아무튼 그 배꼽티가 된서리를 맞게 됐다.
가을이 왔으니 서리가 내리는 것이 당연하지 않느냐겠지만 그게 아니다.
`건전한 미풍양속을 해치며 성폭행등 각종 범죄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당국서 신체 과다노출을 단속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지난 여름엔 배꼽 인근지역인 허리가 상체와 구분 안돼 열심히 살을 깎아서 이제 배꼽티 한번 입을만 해졌는데 웬 단속이냐고 방방뛸 여들은 입으시라.
배꼽티만큼은 10만원 벌금이나 10일 구류형보다는 낮은 지도장발부 처벌에서 그친다니까.
요즘 여자아이들은 `국가가 왜 개인의 패션스타일까지 관리하느냐!'고 항의를 하겠지만 이미 3공시절부터 있었던 일이다. 엄마나 고모들에게 물어보시라. 당시엔 경찰이 자를 들고 다니며 똥꼬치마의 길이를 재고 난리가 아니었었다.
96년 여름을 돌아 보건대 경기북부지방의 홍수와 배꼽티만 기억에 남는다.
어떤 집에서는 이런 일도 있었는데-
"딸아, 이 애빈 네 얼굴이 영 아닌 것에 대해 제작자로 도의적 책임을 느낀다 해서 남자를 넘어뜨…데 효과가 그만이라는 노출패션에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으련다. 허나 배꼽티도 한두번이지 금방 싫어질 것이다. 에, 그러니까…남잔 첨에만 여자의 살에 관심…흐흠…."
그러나 아버지는 딸의 대답에 기절을 해서 지난 여름부터 지금까지 깨어나지 못하고 있단다.
"저 매일 다른 남자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