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9화>대륙의 기인들 ⑭ ♣
기사입력 1996년 08월 29일 15시 06분
섬광이 작렬했다. 환류검의 일신에서 폭사된 두 줄기 광채는 진저리쳐질 정도로 빠르고 무서웠다. 이효봉은 망설이고 있을 사이가 없었다.
"흡."
그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신형을 뒤집었다. 노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임기응변.
하지만 상대는 고도의 수련을 통하여 탄생된 일대검객.
"환(幻)…혼(魂)!"
검은 장엄한 파도의 환상(幻想)을 연상 시키며 이효봉의 일신으로 휘몰아쳐 왔다. 숨통이 일시에 정지하는 듯한 착각.
미증유의 거대한 기류는 혼돈의 폭풍우였다.
이효봉은 단전의 공력을 검 끝에 집중시키며 동방산장의 절기를 발휘하기 시작한다. 전력을 다하여 반격하는 대황제일가의 가주 이효봉.
타타탕…
불꽃이 무섭게 터져 나오며 환류검과 이효봉은 각기 검초를 교환했다. 그들의 안면에는 순간적으로 당혹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과연….'
이효봉이 내심 탄복하고 있을 때 환류검이 거북한 음성을 토했다.
"이런 심야에…이런 고수와 만날 줄이야…제대로 됐어."
잔인마도는 음산한 동공을 번뜩이며 이효봉의 전신을 훑고 있을 뿐 전혀 미동하지 않았다. 그는 어쩌면 환류검의 음성조차 듣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오직 이효봉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환류검이 다시 방위를 밟아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막아낼 수 있을지 궁금하군."
이효봉은 상대하지 않는다. 그는 수중의 검을 더욱 힘주어 움켜쥐며 필살(必殺)의 일초를 떠올리고 있었다.
"타앗."
짧은 기합. 그리고 전광석화(電光石火)의 몸놀림.
환류검은 훌쩍 뛰어 오르며 그 자세로 날아왔다. 눈부신 검의 광채가 달빛아래 부서지고 있었다.
이효봉은 빙글 몸을 회전 하며 검을 발출했다.
"동방검휘진천하(東邦劍輝震天下)"
검의 강기(Ｑ氣)가 직선으로 뻗어나가며 환류검의 검광과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그 순간 검강(劍Ｑ)은 물결처럼 부서지며 상대의 전신으로 몰아쳐갔다.
환류검은 지독하게 놀란다.
"억…."
그는 공중에 떠있는 상황에서 재차 도약하며 쌍검을 회수와 동시에 다시 난무하였다. 이번 동작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절묘했다.
휘리링 하는 경쾌한 기음(奇音)이 터져 나오고 적나라한 섬광이 폭사되었다. 칼끝은 예리하게 이효봉의 정수리 백회혈(百會穴)을 노리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 있던 무현왕자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토한다.
"아앗?"
이효봉이 양단(兩斷)될 절체절명의 순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