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대륙의 기인들 (13) ♣
기사입력 1996년 08월 28일 15시 03분
무현왕자는 꾸짖는다.
"그대들은 누구이며 무슨 연유로 내 앞을 가로막는거요?"
환류검이 새파랗게 타오르는 눈빛을 던졌다.
"우린 대륙에 진입하면서 한 가지 맹세를 했다. 가장 막강해 보이는 무림인을 상대로 우리의 동영무예(東븀武藝)를 시험하기로."
잔인마도의 살벌한 음성이 뒤따랐다.
"지난 열 흘간 이렇다할 무림인을 만난적이 없었다. 그대들은 참으로 운이 좋다. 동영 제일의 무사들에게 참혹함을 당하는 영광을 맞이했으니까."
안하무인(眼下無人)이었다.
무현은 매우 격동 했으나 역시 일국의 왕자다움을 잃지 않고 있었다.
"상대를 잘못 선택한거 같소."
"그럴 리가?"
"우린 고수가 아니오."
"크크… 그대는 아닐는지 몰라도 저 노인네는 보통이 아니다. 우리의 목적에 맞는 위인이야."
그들은 이효봉을 턱으로 가리켰다. 이효봉은 태연자약하다.
"가소롭군. 섬을 떠나오니 우물에서 나온 개구리꼴인가."
잔인마도의 뱀눈에서 사악한 기류가 뿜어졌다.
"첫 출도에서는 젊은 놈이 오만불손하여 사내구실을 못하게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늙은 놈이 함부로 주둥아리를 놀리는군. 어느 부위부터 절단낼까?"
환류검이 으스스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사형의 도법(刀法)을 구경할 수 있겠소? 내 검(劍)만으로도 충분하오."
이효봉은 흥분을 극도로 자제하며 상대방의 일거일동을 주의 깊게 관찰한다. 그들의 전신으로 뿜어지는 무한대의 기도와 살기(殺氣).
정신이 아득해 오고 맥이 풀렸다.
`굉장한 왜놈들이다.'
이효봉은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믿을 수 없게도 대황제일의 가문이 두려움에 빠지고 있는 것이다.
장주의 노안(老眼)은 무현왕자에 대한 염려로 가득하다.
"자네는 먼저 떠나가게나."
무현왕자의 동공이 잠시 흔들거렸다. 자네라고 말한 이장주의 저의를 충분히 짐작하는 동방국의 후예.
"그럴 수는 없지요."
그는 이효봉의 뜻을 거절 하고 있었다. 다급해지는 장주.
"방해하지 말아주게. 내 오늘 크게 살의(殺意)를 일으킬 생각이니까."
그들의 시선이 허공에서 뒤엉켰다. 이효봉의 눈빛이 절실히 원하고 있었다. 무현은 장주의 의중을 충분히 읽고 있었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무현.
이효봉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고맙군.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 걸세."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왜국의 고수들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자신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태도가 아닌가.
"잘들 놀고 있군. 너희 마음대로 가고 오는거냐? 두 놈 다 껍질을 벗길 생각이니까 꼼짝마라."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