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아웃25시] 대통령도 심판 받는데…
기사입력 1996년 08월 27일 14시 15분
"구렁이 담넘어 가듯 한다." 야구인들이 대한야구협회 고익동 부회장의 처신을 두고 하는 말이다.
애틀랜타 올림픽에서의 참패로 한국야구 100년사에 먹칠을 한 `대사건'의 수습을 놓고 고부회장은 최근 백방으로 뛰는 듯 했다. 출입기자, 대학감독, 원로들과의 연쇄 간담회로 각종 현안과 문제점을 파악해 이현태회장에게 보고를 했다고 한다.
결과는 김형수 강화위원장의 사퇴와 엄창주 심판이사의 해임.
실무부회장인 자신은 쏙 빠지고 수하(手下)에게만 책임을 물었다.
마치 성적이 나빠진 팀의 감독이 스스로 인책 사임을 해야 할것을 코치들의 등을 떠민 꼴이다.
올림픽 대표선수 선발을 관장한 김형수 부회장겸 강화위원장이 물러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사정을 잘아는 야구인들은 올림픽 대표 확정때 "이 선수는 된다, 저 선수는 안된다"고 일일이 명단에 밑줄을 친 고부회장에게 더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엄창주 심판이사는 억울한 케이스.
해임의 사유는 지난달 어느 고교대회의 심판 배정을 잘못 했다는 것.
하지만 고부회장이 평소 큰 대회때 마다 직접 심판 배정에 간섭을 해 왔다는 사실은 아마 야구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물론 임기 5개월을 남겨둔 이현태회장이 집행부를 총사퇴시키기는 힘든 일일 것이다.
그렇지만 시시콜콜한 일까지 다 챙기고 전무이사까지 무시하며 전권을 휘두르다 시피하는 고부회장이 버티고 있는한 야구발전이 더디다는 것이 일선 야구인의 한 목소리. 특히 지난 26일 원로 야구인들의 모임인 백구회는 고부회장 성토의 자리였다고 참석자는 전한다.
일부 상임이사들은 고부회장이 용퇴를 설사 못하더라도 혼자만 회장과의 대화 통로를 독점할 것이 아니라 `긴급이사회'를 열어 현안을 몽땅 까발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