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카스배 천원전] ○조한승 초단 ●최규병 7단 ♣

기사입력 1996년 08월 27일 14시 00분


## 본선 토너먼트 제8국

제 9 보 (179~199) = 흑 179로 사실상 승부의 막은 내려졌다. 반면 10집, 덤을 제하면 불과 4, 5집의 차이지만 거의 모든 구역이 정리된 상태. 백이 뒤집기를 시도할 만한 곳은 없었다. 소년은 아직 투료(投了:잡아두었던 상대의 돌을 바둑판 위에 올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는 행위)할 의사가 없나보다. 묵묵히 수순을 이어간다. 긴박한 승부처도 없이 물결치는 대로 이리저리 흔들리는 반면은 폭풍이 지나간 바다처럼 평화롭다. 백 190에 이르러 잔여시간 5분20초를 소비한 소년은 초읽기로 들어선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지만 후회는 많다. 패배가 확실한 길을 뚜벅뚜벅 걷는 이유는 뭔가 기적 같은 역전을 기대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자신을 이끌어왔던 여러 사념들을 갈무리하기 위해서다. 백 192로 백 1에 젖혀막는 수는 없다. 가만히 흑 2로 잇고나면 다음 백의 응수가 곤란하다. 흑 A로(흰돌안의△) 두점을 끊어먹히는 약점과 흑 B로 끼워잇는 수를 방지하려면 백 C로 꽉 막아 양호구를 갖춰야 하는데 그때는 흑 D로 끊어먹는 수가 있다. `제한시간 사용기록표'에는 두 기사 모두 더 이상 시간 사용의 기록이 없다. 소년은 1분 초읽기에 쫓기는 입장이고 최 7단 역시 5분여를 남겨두었을 뿐이다. 피차 종점이 멀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기에 걸음은 더 빨라진다. 248수까지 이어진, 확인절차는 총보로 미룬다. 이 대국의 승리로 가장 먼저 4강고지에 오른 최 7단은 타 기전 본선무대에서도 활약이 눈부시다. 이창호 9단, 9단, 유창혁 9단에 이어 금년도 상반기 상금랭킹 4위에 랭크. 소년에게 걸었던 `첫본선 4강진출'이라는 주변의 기대는 일단 무산됐지만 입단 첫해에 본선진출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대견한 결과 소년의 끊임 없는 정진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