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주간 사랑방

기사입력 1996년 08월 26일 15시 09분

◇… 프로축구가 이제야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국가대표와 올림픽대표선수들의 소속팀 복귀로 프로축구 후기리그는 매경기 명승부가 연출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는 (포항) 신태용(일화) 조정현()등 스타선수들이 해트트릭을 수립해 프로축구판을 뜨겁게 달구어 놓았습니다. ◇… 또 지난주에는 코에 붙이는 테이프인 노즈스트립(Nose Strip)의 열풍이 축구판을 강타했습니다. 이미 나 일부 아마종목선수들은 사용하고 있지만 프로축구에서는 지난주 울산 현대를 시작으로 삼성 등 4개구단에 빠르게 보급됐습니다. 한번 시험삼아 부착했던 선수들은 한결같이 "콧구멍 확장효과가 있어 호흡이 쉬워진다"며 100의 효험을 강조하고 있어 조만간 모든 선수들이 코에 테이프를 붙이고 그라운드를 누빌 것 같습니다. ◇… 울산 현대가 지난 21일 울산공설운동장에서 팬클럽인 `공존회' 발대식을 가졌습니다. 이날 발대식에는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전원과 프런트직원이 참석해 팬 클럽 회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을 가졌답니다. 그러나 회원들 대부분이 중학생들 위주로 구성된 터라 앞뒤 가리지 않고 사정없이 질문을 해대는 바람에 선수들이 적잖은 곤혹을 치렀다는 겁니다. 키가 작아 `반바지'란 별명으로 통하는 정정수는 "다리가 짧은데 어떻게 축구를 잘 할 수 있느냐"는 약간은 자극적인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찾지 못해 한동안 당황했답니다. 서동명도 "애틀랜타 올림픽 예선 마지막경기인 이탈리아전서 2골을 허용해 8강 진출이 좌절됐을 때와 후기리그 개막전 첫날 일화전에서 5골을 주었을때의 기분을 솔직하게 말해보라"는 요구에 진땀 꽤나 흘렸다는 후문입니다. ◇… 부산 대우가 `어웨이전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전남전에서 관중들의 `집단행동'에 홍역을 치렀던 대우 선수들이 후기리그 나머지 어웨이전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더욱이 이날 팀 닥터가 관중들이 던진 술병에 맞아 중상을 입는 불상사가 발생 하자 일부 선수들은 "더이상 원정경기는 가지 않겠다"며 극도의 불안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대우는 홈구장인 부산구덕운동장이 97 동아시안게임 주경기장으로 지정돼 최근 대대적인 보수에 들어감에 따라 더이상 부산홈경기를 가질 수 없게돼 남은 후기리그에 대한 걱정이 태산입니다. 대우의 한 관계자는 "축구장 질서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 상태서는 축구 열기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성숙한 축구팬들의 모습을 언제 볼 수 있을지 답답할 뿐"이라며 한숨을 짓더군요. ◇… 지난 21일은 안양 에게 `치욕의 날'이었습니다.

최근 그가 부진을 거듭하자 조영증 감독은 이날 동대문에서 벌어진 전남전(3대3)에는

그를 스타팅멤버로 투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벤치에 앉아있던 이 후반 초 조감독으로부터 출전지시를 받았는지 몸을 풀기시작하자 인근 스탠드에 있던 한 관중이 경기장이 떠나갈듯한 목소리로 "이 넣지말라"고 외쳐 그의 자존심을 짓밟았던 것입니다. 은 이런 수모를 당한뒤 후반 31분 김대성 대신 교체 투입됐으나 볼 한번 제대로 잡아보지 못하고 경기를 마쳐 주위의 동정을 샀습니다. 그러나 은 3일뒤인 24일 역시 동대문에서 벌어진 수원과의 3차전(0대0)에선 `치욕의 날'에 대한 분풀이를 하듯 발군의 활약을 펼쳐 재기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 지난 25일 부천 과 천안 일화전이 벌어진 목동경기장 관중석엔 한무리의 중국군들이 출현해 관중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흔히 중국군이라면 `6.25'나 `인해전술'을 연상시키게 마련인데 이들은 복장까지 정식으로 갖춰 더욱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거죠. 알고보니 이들은 상무팀과의 한-중군인친선축구를 위해 내한한 중국의 8.1군팀 이었습니다. 처음엔 영문을 몰라 "웬 군관동무들이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관중들은 상무선수 들의 설명을 듣고 난 후에야 비로소 "세상 많이 바뀌었다"며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 전북 다이노스의 차경복 감독이 카메룬 용병 볼랑가(25)에게 새삼 간절한 눈길을 보내고 있습니다. 비탈리 등 스트라이커들이 부진을 거듭하면서 후기리그 들어 팀은 2연패에 빠졌지만 그나마 볼랑가는 2게임서 1골-1어시스트의 활약을 보여 차감독의 불편한 심기를 달래주고 있는 것이지요. 25일 포항과의 전주 홈개막전 때도 볼랑가는 후반에 동점골을 터트려 차감독이 영패를 모면하게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볼랑가는 2002년 월드컵 개최지 결정투표를 앞둔 지난 3월 공략 차원에서 2만달러(약 1천6백만원)의 `헐값'에 수입된 후 `기량미달'로 벤치신세만 져오다 연말에 귀국하려던 처지였지요. 이에 대해 차감독은 "볼랑가만큼 확실한 선수도 없다"며 "계약해지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