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규] 백의종군 선언
기사입력 1996년 08월 25일 15시 20분
**3할 욕심 버렸다 현대 최고참 윤덕규(34)는 욕심쟁이다. 지난 85년 입단 이후 6차례나 3할대 타율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높은 타율을 유지하는 까닭에 유난히 타율에 대한 집착력이 강하다.
오죽하면 새로 구입한 핸드폰의 뒷번호를 `0300'으로 신청할 정도였을까.
그러나 이런 윤덕규가 마음을 하얗게 비웠다.
더이상 3할타율에 매달리지 않고 오로지 팀의 2위 탈환에 밑거름이 되고자 백의종군을 다짐하고 있다.
3할을 상징하는 핸드폰 번호도 집전화 번호로 바꾸는 등 평상심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현대의 3위 추락은 어쩌면 윤덕규의 욕심과 맞물린 비극이었다.
지나치게 타율에 신경을 쓰다보니 타격감각이 흐트러졌고 중심타자들의 집단부진과 함께 평범한 타자로 전락했다.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는 잠수함투수에게 마저 힘한번 써보지 못하고 번번이 범타로 물러나면서 지난 주말 해태전부터 주초 한화전까지 5연패를 하는데 결정적인 악역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백의종군을 결심한뒤로는 사정이 달라졌다.
정상적인 타격감각을 회복하면서 짧게 끊어치는 특유의 타격폼이 투수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4일 대구 삼성전에서 윤덕규는 유감없이 `무심타격'의 진수를 선보였다.
5-5로 팽팽히 맞선 7회초 승부를 가르는 결승 1점홈런을 때렸다.
올시즌 3호에 불과하지만 연패의 길목을 차단하는 결정적인 `원기회복제'였다.
삼성에게까지 밀리면 자칫 포스트시즌 없는 페넌트레이스 4위가 될 가능성이 높았던 것.
2할7푼8리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윤덕규는 남은 19경기에서는 고참의 역할에 충실할 작정이다.
실속없는 개인의 풍요가 결코 올겨울 따뜻함을 보장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