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추어탕집 아버지'의 열정
기사입력 1996년 08월 25일 15시 12분
해태선수들은 대전 한화경기만 되면 `객지'를 타지 않는다.
바로 정회열의 아버지 정선기씨(57)가 경영하는 `무등산추어탕'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에는 최동원의 아버지 최윤식씨를 비롯해 의 아버지 선판규씨 등 `뜨거운 부정(父情)'으로 유명한 아버지들이 있었지만 정씨도 소문 나지 않은 후원자.
정회열이 충장중학 때 외야수에서 포수로 전향하자 당시 국내 포수 가운데 최고로 꼽히던 의 우용득씨(전 삼성감독)를 광주로 초청해 `개인지도'를 받도록 했다.
우씨가 가 생긴 뒤에는 광주에서 경기가 있을 때마다 아침 일찍 운동장으로 정회열을 불러내 끊임없이 포수 수업을 시킨 것도 이때 인연이 작용한 것.
어쩌면 정회열이 국가대표를 거쳐 해태 포수로 자라난 것도 아버지 정씨의 열성 덕분인지도 모른다.
10년전 대전으로 이사해 식당을 연 정씨는 해태의 대전 경기 때마다 해태선수들을 데려다 아들처럼 먹이고 있다.
지난 7월 3연전 때는 보신용으로 개를 한마리 잡기도 했고, 25일 끝난 3연전 동안은
송유석 등이 `무등산 추어탕'에서 오리탕으로 영양을 보충했다.
그런 정씨는 요즘 입맛이 쓰다.
해태는 잘나가지만 아들이 주전포수 자리를 최해식에게 빼앗긴 까닭이다.
정씨는 24일 경기 때도 구장을 찾지 않았다.
정회열이 덕아웃을 지키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TV로 중계를 보던 정씨는 아들이 선발포수로 출전해 3회초 첫 타석에서 번트안타를 치자 가계를 부인 장인자씨(54)에게 맡기고 전남 장성에서 광주원정을 다니는 `유명한 할머니'인 노모 진옥순씨(74)를 모시고 구장으로 달려갔다.
"지난 2년 동안은 살맛이 없었는데 이제 조금 풀리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