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이 쓰는 나고야통신]
기사입력 1996년 08월 23일 17시 07분
**"한국도 스포츠과학 관심 둬야" 의 역사가 61년이나 되는 일본은 체계적으로 발달된 스포츠과학을 갖고 있다. 대표적인 것인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메이커가 많은 용품이다.
개인용품을 제작하는데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해 가장 정확하고 필요한 것을 만들어 준다.
한가지 예를 들면 스파이크다.
컴퓨터가 부착된 치수를 재는 기계에 발을 올려 놓으면 컴퓨터가 ㎜단위로 치수를 재어준다.
이것은 물론 한국에도 있는 것이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 기계가 내가 오른발목을 다쳤던 것을 알아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오른발은 일반 스파이크가 아닌 발목의 지지를 강화시켜 발목을 보호해주는 스파이크가 필요하다고 알려준다.
한국에서는 치수를 잰 뒤 제작한 신발이 제대로 맞지 않아 반품하는 소동을 벌인 기억이 있어 역시 일본이 정밀도에서는 한수위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컴퓨터를 이용한 경기와 선수분석도 발전돼 있다.
미국출신 타자 케빈 마스와 크레이그 워싱턴의 한신 입단이 결정되자마자 갖가지 자료가 주니치 선수들에게 제공됐다.
또 코치와 스코어러들이 펜으로 컴퓨터 자막에 그림을 그려가면서 이들의 장단점과 공략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또 한가지 크게 다르다고 느꼈던 것은 스포츠의학과 관련된 아이싱(얼음찜질)이다.
투수들의 경우 공을 던지고 나면 어깨와 팔근육의 모세혈관이 파괴된다.
이를 수축시키기 위해 아이싱을 하는데 한국에서는 보통 40분 가량 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선발이든 마무리든 가리지 않고 10분에서 15분으로 짧게 끝낸다.
오래하면 근육이 필요이상으로 경직돼 오히려 해롭다는 것이다.
실제 내가 한국에서처럼 40분씩 하는 것과 일본에서처럼 15분가량 하는 것을 모두 해봤더니 내 경우에는 짧게 하는 것이 어깨가 가뿐했다.
이렇듯 야구도 `컴퓨터 시대', `과학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한국에서는 아직 개척할 분야가 너무 많은데 한국 에서도 스포츠과학이 승부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할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