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제19화>대륙의 기인들(9) ♣
기사입력 1996년 08월 23일 15시 09분
설명은 충격적이었다. 추월야접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다.
"그는 분명 일심부와 관련이 있겠군요."
"그렇소."
"발견 했나요?"
"난 아직도 그를 찾지 못했소. 무려 십 년이 넘는 세월을 허비했지만."
추월야접의 눈에서는 금세 눈물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당신은 그로 인해서 내 곁을 떠났군요."
청죽생의 눈에서도 눈물이 반짝였다.
"난 청매를 만날 면목이 없었소. 준수했던 얼굴은 천형의 병자마냥 엉망으로 변했고 사내 구실은 더욱 더 못할 몸뚱어리가 되어 버렸소. 난 이미 죽었던거요. 아주 오래 전에."
추월야접의 눈에서는 면사를 적시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당신을 원망했어요. 그러나 이 순간만은 나 자신이 원망스럽군요."
"그렇소. 당신은 스스로를 망치지 말았어야 했소."
"아니오. 내가 지금 원망하고 있는 것은 어째서 첫눈에 당신을 알아보지 못했던가 하는 것이에요."
"당연하오. 난 정교한 인피면구(人皮面具)를 착용하고 있기 때문에… 내 얼굴은 이미 사람의 얼굴이 아니오."
추월야접이 갑자기 웃었다. 그 웃음은 너무도 처량해서 듣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슬픔이 우러나오도록 만들었다.
"우린 정말 어울리는 한 쌍이군요. 내 모습은 또 어떤가요? 당신이 아무리 추악하다 해도 나 역시 거기에 못지않죠?"
그녀는 면사를 벗었다. 칼자국으로 난장판인 얼굴은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그 얼굴은 진실이 있어 아름다웠다.
왕녀 아비라는 목전의 불우한 남녀에 대해서 할 말을 잃고 있었다. 그녀는 단지 함께 가슴으로 고통을 나누고 있을 뿐.
돌연 청죽생이 아비라에게 울먹이며 소리쳤다.
"왕녀님, 용서해 주옵소서."
이번에는 청죽생이 자신의 감춰진 진면목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인피면구가 벗겨진 거기에는 끔찍한 얼굴이 적나라 하게 나타났다.
꿈에서조차 볼까 두려운 모습.
그렇지만 추월야접은 양 손으로 청죽생의 뺨을 어루만진다. 참혹하게 일그러진 피부위에 눈물이 철철 넘치는 청죽생.
"청매?"
추월야접의 충혈된 눈자위로 환상 처럼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들은 누구도 부러워하는 한쌍의 아리따운 연인이었다.
"일심부를 멸망시켜요. 우리."
"그러지."
"당신과 우리의 인생을 망친 그 작자를 찾아내어 그 일가를 모조리 우리와 같은 꼴로 만들어요."
"그러지."
아비라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물 수가 없었다. 그녀의 눈에서도 눈물이 솟구쳐 오르고 있었다. 문득 이소야가 보고 싶었다. 눈물이 샘처럼 솟아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