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니버스 소설] Love Love Love.......이규형(76)
기사입력 1996년 08월 22일 19시 45분
"나는 어떤 인간을 놓고 끊임없이 관찰하고 추리하고 연구하는 게낙입니다. 미스왕 말마따나 체질에 맞고 즐겁지요. 결론적으로 내가동업을 한 이유는 미스 왕이 그런 면에서 너무나 재미있는 연구대상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간 금 판자때기로 만들어진 키 홀더를 제쳐보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여기 키 홀더 금막대기 뒤 쪽에 이니셜이 새겨져 있지요. ‘이영우씨 권투를 빕니다. 총무과 일동’이라고.". 그녀도 그 이니셜을 새삼스럽게 확인했다. 하는 이름이 뭐어때서 의붓아버지인줄 안단 말이냐. 그녀 성이 원래 왕이 아니라이씨인건 이 남자도 알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런 걸 할때 꼭 직위를 적지요. 하다 못해 군대에서 전역 기념패를 할때라도 ‘병장 ’에게 라든가 꼭 계급을기입하는 게 상식화 된 사회예요. 여기 이니셜 날짜로 보면 7년 전인데 아마 씨가 7년 어느 회사인가를 그만둘때 총무과 직원들이 돈을 모아 해준 금키 홀더겠지요. 그러면 얘기는 7년 전에도 이영우씨가 아무 직위가 없었다는 얘기가 된겁니다. 과장이나 부장이었다면 대개는 건투를 빕니다.
부장님이라고 씌어져 있을거라는 거죠.
대개 서른이 좀 넘으면 과장인데 씨가 7년 전에서른정도였다고 치고 미스왕은 7년전에 열일곱이지요. 당연히 이걸준 아버지는 열세살에 미스왕을 낳지는 않았다는 얘기지요. 그렇다면 열살 정도 위인 미스왕의 친어머니와 씨는 결혼했습니다만총무과의 평직원이 회사를 그만두고 열살위의 여자랑 결혼할 때 돈이 많을 수가 없겠지요. 여기선 잠깐, 미스 왕의 구김살없는 성격이나 말투, 하는 행동이나 상상력의 패턴을 비쳐보면 있는 집에서 자란여자애란 말입니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난 가난한 집안 출신의 천재적인 소녀였는데.". "천재인지 모르지만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면 그 분위기가 틀립니다. 지난번 여기 가게의 여대생들 뽑을 때 그랬죠? 집이 가난해서아르바이트 하는 애들은 절대 안뽑고 자기가 좋아서 체질에 맞아서하겠다는 애들만 뽑는다고, 진짜 가난을 알면 그런 얘기 못합니다.여하튼 미스 왕 어머니는 재혼할 때도 경제적으로 문제가 없었다면씨는 좋든 싫든 그 덕을 봤다는 게 되겠지요.". 그건 사실이다. 어머니는 원래 유복한 가정에서 자란데에다 아버지와 이혼할 때 거의 한평생 먹고 놀아도 좋을 만큼의 재산을 떼어받았다. 새삼 앞에 있는 남자를 우습게 보면 큰일나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마냥 웃으며 예, 예하는 남자가 아닌 것이다. "어때요? 나란 인간 관찰해 보니까? 내가 물장사를 해서 대성공할수 있는 여자 같으세요?". "도 아니면 모겠지요.". "도 아니면 모? 그건 무슨 의미?". "되면 끝도 없이 잘 되고 안되면 박살나는 타입. 윷정도가 나와도 실패예요. 무조건 모나 도가 나오게 돼 있는 겁니다.". 그는 술을 한잔 삼킨 뒤 주머니에서 종이 한장을 꺼냈다. "자, 이제 본격적인 물장사 계획을 짜 봅시다. 탐색전은 아주 잘끝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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