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로비안 나이트] 숫자와 문자들의 전쟁
기사입력 1996년 08월 22일 15시 00분
싸우는 사람들이야 나름대로 이유가 있겠지만 곁에서 보는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옆집의 라디오를 던지는 부부싸움이 싫거든 말리려 하지 말고 TV를 던지는 흉한 꼴을 보여 주는 방법이 효과가 있다고도 한다.
숫자나 문자들도 인간들이 지구촌 곳곳에서 싸우는 꼴이 보기 싫어서였을까, 그들도 언제부턴가 전쟁을 치렀다고 하는데 전쟁발발의 원인과 승패의 결과가 이렇다.
첫째:홀수와 짝수의 전쟁-`수는 1부터 시작하는 것이고 고스톱의 점수계산도 삼오칠구…가 일반적이다.
이 세상의 수는 모두 홀수로 통합하여야 한다'라는 것이 홀수측의 주장이었고 짝수가 반론을 펴길 `모든 수는 공평해야 한다.
그러려면 둘로 나눠지는 짝수가 있어야 한다. 짝수만이 진보된 수이다'였다.
그들은 피튀기는 싸움을 했는데 홀수나라에서 1을 보내면 짝수나라는 2를, 홀수가 9를 보내면…나중에 홀수가 36787를 보내면 짝수도 지지 않고 36788를 보내는 식의 지루한 싸움이 이어졌다.
그런데 어느날 막강한 홀수에 대항해 혈혈단신 출정한 짝수 8이 대승을 거둔 것이다.
짝수8이 진격을 하다가 바람에 넘어진 것이 무한대 ∞가 되고 만 것이다.
둘째:수와 알파벳의 전쟁-알파벳 소문자들이 아라비아 수에 터지고 오는 일이 잦자 왕이 진노를 했다.
"우리가 대문자가 아니라고 얕본단 말이지? 여봐라! b는 내말을 들어라! 너는 6으로 보이기도 하고 물구나무를 서면 9로도 보이니 숫자나라에 첩자로 들어가 그들을 교란하라!"
그런데 얼마 뒤 b는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다.
"그 놈들은 1,2…하는 아라비아수 왕국이 아니고 Ⅰ, Ⅲ …하는 로마 수왕국이었다."
셋째:한글과 알파벳과의 전쟁-오직 24자로 오만가지 글자를 다 표현하는 한글에 대항해 26자의 알파벳이 겁(?)도 없이 전면전을 감행했다.
알파벳대왕, "으하하하! 우리는 이기게 돼 있다. L! 너는 한글의 ㄴ 과 흡사하고 E!너는 ㅌ 과 다를 바 없다. O!너는 바로 ㅇ 이구! 침투하라, 정보전을 펼친다!"
그런데 LEO가 돌아와 울면서 보고를 하는데 "저 L은 `노'의 첫머리가, E는 `태'의 첫머리, O는 `우'의 첫머리라며 아이들에게까지 돌을 맞고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