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시사회] 채널 식스나인
기사입력 1996년 08월 21일 15시 45분
## 멀티미디어 부조리 통쾌한‘고발’ 산드라 블록의 `네트'같은 영화가 왜 국내에서는 만들어지지 않을까. 그 대안으로 제작된 `채널 식스나인'(이정국감독애드시네마제작). 멀티미디어, 케이블, 컴퓨터 등 첨단테크놀러지를 모티브로 한 `채널…'은 전파해킹을 통해 우리 시대의 이면을 파헤치는 블랙코미디영화다.
그날의 핫뉴스를 방송하는 9시 뉴스시간. TV화면에 갑자기 반라의 여성이 등장하는 사건이 생긴다면 어떻게 될까. `채널…'에서는 이러한 상상들을 화면에 옮겨내 보인다.
기존의 공중파 방송에 해적방송을 침투시켜 `보고 싶은 방송'을 볼 권리를 시청자에게 찾아주고, 나아가 멀티미디어 시대의 부조리에 메스를 가하는 게 이정국감독의 `야심'이다.
사회의 어두운 곳에 카메라를 들이대던 전직 PD 제하()와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들어내는 해커 석기(홍경인). 이들이 이감독의 야심을 대신해주는 `채널…'의 주인공.
이들은 컴퓨터 조작으로 정치인의 비자금을 빼돌려 해적방송국을 만들어 기상천외한 방송을 시작한다. 아름다운 육체를 노출하고 싶어하는 포르노배우 지망생 미니(최선미)를 끌어들여 포르노방송을 제작한 이들은 급기야 정규뉴스시간에 파고드는 배짱과 아이디어로 전국을 놀라게 한다.@@ 포르노 전파해킹통해 사회부패상 파헤쳐 뉴스시간에 느닷없이 미니의 포르노쇼가 방영되면서 방송국은 불난 호떡집처럼 아수라장이 되고, 휠체어에 앉아 TV를 시청하던 불구환자가 벌떡 일어나는 등 시청자들도 저마다 포르노쇼에 열광하는 해프닝을 벌인다. 이들의 게임은 정치판도 비웃는다. 차세대 대권주자 황의원()을 등장시켜 겉다르고 속다른 정치꾼들을 통렬하게 후려친다.
새로운 정치를 부르짖으면서도 플레이보이나 펜트하우스 인터넷 사이트를 즐기고, 자신의 집무실에서 혼외정사를 갖는 파렴치행위가 이들의 포르노쇼를 통해 방송될 때는 속이 다 후련해질 정도.
전파해킹 사건을 방송하던 남녀 앵커의 밀회가 공개되는 장면이나 해적방송국을 추적해오는 경찰을 빼돌리는 기발한 아이디어 등도 관객의 호기심을 부추긴다.
헤어누드를 마다하지 않은 신예 최선미의 과감한 노출연기가 시선을 끌고, 톱스타에 오른 과 의 연기도 칭찬할만한 수준.
`부활의 노래' `두여자 이야기'로 호평받았던 이정국감독의 연출변신도 주목할만하다.(24일 명보극장)
< 이창세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