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 제19화 대륙의 기인들⑥ ♣

기사입력 1996년 08월 20일 17시 03분


**"흐흐…소저 결심에 달렸소" 의외의 방문객. 벽천무상검 남궁도와 황금사원의 황보백령. 이들의 등장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아비라는 경황중에서도 먼저 별장에 당도해 다른 방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오고타를 만나기 위해 잠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손님이 기다리고 계셔서..."

남궁도는 정중하게 답례를 했다.

"다녀 오십시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비라 왕녀는 황보백령에게도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소문 보다도 훨씬 아름다우신 분이군요. 이렇게 찾아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실례를 용서해 주세요." 그녀는 평소의 성격답지 않게 매우 사교적이고 기품있게 행동했다. 황보백령은 처음 만난 사이지만 그녀의 태도에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남궁대협이 권하여 왔습니다만 잘 왔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아비라는 황보백령의 가식없는 말이 마음에 드는지 활짝 웃었다. 그녀가 방을 나서기가 무섭게 왕야 타르무의 반응이 눈에 띄었다.

"그대는…?"

타르무는 첫 눈에 황보백령을 알아보고 있었던 것이다.

남궁도는 왕야와 황보백령이 구면(舊面)이라는 사실에 다소 의아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결코 그는 경망스럽게 행동하지 않는다.

"두 분은 초면이 아니신 모양이군요."

황보백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우린 북경의 현불사에서 만난적이 있어요."

타르무는 거만하게 말한다.

"잊지 않았군."

"놀라운 접대를 받았는데 어찌 잊을 리가 있겠습니까."

타르무는 황보백령의 의미심장한 말을 슬쩍 웃음으로 흘렸다.

"하하하-- 피차 실수가 있었으니 소저는 마음에 두지 마시오. 그런데 방문의 목적이 궁금하구려."

이번에는 남궁도가 말을 받았다.

"봉황곡이 열리게 됐음을 왕녀에게 전하기 위해 왔사옵니다."

"당금 무림의 최대 사건이라군."

"그렇사옵니다."

"황금사원에서 결단을 내린 것인가?"

이번에는 황보백령이 타르무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또박또박 대꾸했다.

"강호무림이 원하는걸 어찌 황금사원 단독으로 마다할 수 있겠습니까. 중인들을 위하여 봉황의 문을 개방하는 것입니다."

가시가 숨겨있는 말투다. 남궁도는 그냥 외면하고 타르무는 음험하게 입을 열었다.

"대세란 어쩔 수 없는 법이요. 그러나 지금이라도 소저가 원한다면 봉황의 문을 열고 닫는걸 마음대로 할 수 있소."

왕야 타르무의 말은 매우 놀랍다. 황보백령의 눈가에 순간적으로 이채가 스쳐갔다. 타르무의 미소가 의중을 알 수 없게 새어 나왔다.

"흐흐... 소저의 결심에 달려있는 일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