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대학로] ‘처녀비행’
기사입력 1996년 08월 20일 15시 46분
## 연극인‘희로애락’그렸다 대학로를 무대로 `연극과 연극인'을 소재로 다룬 연극 한편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극단 대학로가 대학로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처녀비행'이 그것으로 `좋은 연극, 감동적인 연극만들기'를 위한 연극인들의 희로애락과 삶의 비애를 다루고 있다. 극작가 이만희의 초기작을 신예 연출가 김광보가 무대형상화하고 있다.
`문화특구'로 불리는 대학로의 현란한 네온사인 숲에 가난한 연극인 노총각 연출가(손병호)와 노처녀 작가(밝남희)가 등장한다. 이들은 다양한 영상매체에 의해 설자리를 잃어가는 연극에 대한 현실을 아파함과 동시, 연극인들 스스로 관객과 야합해 만든 섹스코미디물 혹은 벗는 연극에 대해 질타를 가하며 연극다운 연극을 만들어보자고 소극장을 개관한다. 연출가와 작가는 작품에 대한 해석을 놓고 대립, 갈등하면서 샤먼의 세계와 집단앙상블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만신의 딸'을 무대에 올리게 된다. 하지만 이 공연은 근거없는 논리라는 평론가의 비평에 막을 내리게되고 작품에 참가한 연극인들은 깊은 회의에 빠져든다. 그런 중 연출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관객들에게 보여주자며 `우리 모두 발가벗자'고 외친다. 그때 한 배우가 등장, `벗어서는 안된다'고 외친다. 다시 깊은 절망에 빠진 연극인들은 세기말적인 세상속에서 방향성을 잃어버린 연극에 대해,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분노하면서 막이 내린다. 결국 이 무대는 연극과 연극인을 소재로 건강하고 싱싱한 삶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겪는 절망을 에피소드와 극중극을 통해 보는 재미를 객석에 던져준다. 특히 젊은 연출가 김광보의 패기와 신예배우들의 열정이 묻어난다. 김광보는 잡다한 대학로의 풍경, 텔레비전 드라마 장면 재현 등 패러디기법을 이용, 극의 맛을 살려낸다. 여기에 목화 출신의 배우 손병호는 특유의 서민적인 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으며 박남희 김희정 이승훈 황선기 윤현주 위희순 이우천 등이 가세, 극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화~목 오후 8시. 토 일 오후 4시30분, 7시30분. 764-605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