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검무정]<제19화> 대륙의 기인들(5)
기사입력 1996년 08월 19일 16시 06분
"오라버니예요…." 타르무가 등장한다는 말에 이효봉과 무현왕자는 바싹 긴장을 감추지 못한다. 그가 만일 무현왕자를 발견하게 된다면 사태는 심각해지지 않겠는가. 급히 서두르는 동방산장의 장주 이효봉.
"왕자님, 어서 저를 따르십시오."
이효봉은 말고삐를 낚아채며 매가 출현했던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무현왕자는 마상에서 아비라 왕녀와 작별을 고한다. "왕녀의 은혜를 잊지 못하리라."
무현왕자는 문득 서운함을 느꼈다. 아비라 왕녀는 비단 이해심이 깊을 뿐만 아니라 성격이 호쾌하고 꾸밈이 없는지라 지난 수일간 정이 들었던 것이다. 만일 이소야의 불상사만 벌어지지 않았다면 그녀와의 관계가 훨씬 더 깊어질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비라 왕녀의 심정도 그와 같았는지는 오직 그녀만이 알 뿐이다. 단지 그녀는 조용한 미소로 무현왕자를 떠나 보냈다. "부디 환국하시어 동방의 성군(聖君)이 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무현은 일국의 제왕이 될 신분답게 어리석은 미련을 남기지는 않는다. 그는 재빨리 말을 몰아 이효봉의 뒤를 따랐다. 다만 협곡을 스치는 바람과 물소리가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저절로 탄식이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이소야, 그대의 도움으로 왔건만 이제 돌아가는 길은 그대의 부친 도움을 받게 될 줄이야. 나는 환국하거늘 그대는 어디에 남아 있는가. 청국의 원흉을 제거 하기 위해 그대는 나와 함께 떠나지 않는 것이라면...아아, 난 그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으리. 부디 동방의 장래를 위해 살아 있게나. 우리의 목적을 위해 살아 있어주게나. 그대를 영원히 보고 싶을 터인데 어쩌나...!' 타르무는 그들이 사라짐과 거의 동시에 출현했다.
"넌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거냐?"
아비라는 결코 당황하지 않는다.
"잃어버린 세월을 찾고 있었어요."
왕야 타르무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줄 뿐이었다. "오고타가 돌아왔다. 상처가 매우 심하다."
아비라는 흠칫 표정이 굳어졌다.
"기어코 신분이 노출되었군요?"
"그래. 살아서 돌아온 건 기적이지."
아비라의 뇌리에 오고타 즉 청죽생의 모습의 스쳐갔다. 그는 참으로 충직한 수하였다. 언제나 아비라를 위해서 그는 최선을 다했다. 실혼인 강문호를 그녀에게 보내줬던 청죽생. "어디에 있나요?"
창공을 빙빙 돌던 잘 훈련된 매-해동청이 타르무의 어깨위로 내려 앉았다.
"별장에 머무르고 있다."
아비라는 타르무가 사냥을 위해 조련하는 해동청을 보며 순간적으로 생각한다.
`저 매가 나라면 순식간에 협곡을 누벼 이소야의 행적을 발견해 낼 수 있을 것을.' 그들이 별장에 당도했을 때 더 놀라운 손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